[사설] "빚은 갚아야 하는 것" 상식과 원칙 허물어서는 안 돼

입력 2018-12-23 17:48  

금융위원회가 지난주 발표한 서민금융지원체계 개편안의 골자는 △소액 채무자 특별 감면 프로그램 상시화 △개인워크아웃 제도 도입 △신용등급 7등급 이하 저신용자에 대한 1조원 규모의 긴급 생계자금 지원 등이다.

소액 채무자 특별 감면은 1000만원 이하 금액을 10년 이상 장기 연체한 사람 중 소득 수준이 낮아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이가 3년간 소득 범위에서 성실하게 갚으면 남은 채무를 면제해주는 제도다. 내년 2월 말까지 운영하기로 했던 것을 이번에 상설화했다. 개인워크아웃은 연체 발생 전이나 발생 30일 안에 신속한 채무 조정을 해주는 제도다.

서민금융지원체계 개편은 2008년 미소금융 도입 후 10년 만이다. 핵심은 취약 계층 지원 강화다. 과거 서민금융이 정작 가장 어려운 계층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들었던 만큼 대책의 취지는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저소득·저신용자들의 채무를 구제해 일반 경제생활로 복귀하도록 돕겠다는 구상에 반대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이 ‘돈을 갚지 않아도 나라가 구제해준다’는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빚 탕감이 상시화하고 연체 전부터 채무 조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서민금융도 엄연한 금융이며 ‘복지’와는 구별해야 한다. 자칫 “빚은 갚아야 하는 것”이라는 상식과 자기책임의 기본 원칙이 흔들릴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이 쌓이다보면 신용사회는 요원해지고 서민금융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꼴이 될지도 모른다. 일반인들은 성실히 빚을 갚아도 아무런 혜택을 못 받는다는 박탈감을 가질 수도 있다. 금융채무 불이행자는 지난해 94만3000명으로 매년 감소세다. 서민금융 지원책이 오히려 채무 불이행을 부추기지는 않는지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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