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ㅣ 윤계상이 밝힌 연기, god, 그리고 이하늬

입력 2018-12-24 07:58  

영화 '말모이' 류정환 역 배우 윤계상




배우 윤계상은 연기자로 전향한 1세대 아이돌 중 성공적으로 커리어를 쌓고 있는 배우 중 하나다. 1999년 그룹 god로 데뷔한 윤계상은 2004년 변영주 감독의 '발레교습소'의 주연으로 발탁되면서 영화를 시작했다. 이 작품으로 윤계상은 이듬해 진행된 제41회 백상예술대상 신인남자연기상까지 거머쥐었다. 화려한 스크린 데뷔다.

그리고 지난해 영화 '범죄도시' 장첸으로 인생작까지 만들면서 배우 윤계상의 입지는 더욱 탄탄해졌다. '말모이'는 윤계상의 '범죄도시' 차기작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모았다. '범죄도시'로 잔혹한 범죄자의 끝을 보여줬다면, '말모이'에서는 우리 말과 글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 신념의 조선어학회 회장 류정환 역으로 분했다.

▲ 왜 이 영화를 출연하게 된 건가.

영화가 갖고 있는 이야기가 좋았다. 부끄러운 건데, 영화 속에 등장하는 조선어학회 사건은 제가 그동안 몰랐던 이야기였다. 이걸 영화로 만들어 많은 분들이 봤으면 좋겠다 싶었다. 2013년 '소수의견'을 같이 했던 유해진 형과 다시 한다는 것도 메리트가 있었다.

▲ '범죄도시' 성공 후 처음 선보이는 작품이라 부담은 없었나.

'범죄도시'를 하기 전엔 벼랑 끝에 몰린 기분이었다. 저 혼자, 제 연기를 하기에 바빴다. 제가 힘들어도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기보단 혼자서 끙끙 앓았다. 그런데 '범죄도시'를 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됐다. 마음의 여유라기 보단 앞으로 연기자로서 가야 할 방향과 방법을 알게된 것 같다.

▲ 유해진에겐 어떤 걸 묻고, 어떤 답을 해주던가.

유해진 형은 감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정환이가 이 신에서 이런 것들로 소통하면 어떨까' 이런 얘기들을 촬영장에서 많이 했다. 그리고 같은 장면이라도 여러 감정으로 찍더라. 버전을 많이 만드는 건 배우 입장에서 모험인데, 해진이 형은 다 좋았다. 그런 감정을 받아 연기하는 재미도 있었다.

▲ 극중 대사를 하면서 울컥하는 부분도 있었을 것 같다.

우리말 사전을 위한 공청회를 진행할 때, 각 지역에서 선생님들을 모시고 들어갈 때 저도 모르게 그런 감정이 올라왔다. 화면에도 얼굴에 닭살이 돋은 게 잡힌 거 같더라. 눈물이 날 거 같았다.

▲ 연기를 하면서 류정환이란 인물을 표현하는게 더 힘들었다고 했다.

류정환의 신념, 의지를 계속 보여주는 게 힘들었다. 동료들이 잡혀가고, 아버지는 친일을 하지 않나. 그럼에도 사전을 만들자고 한 류정환이었다. 류정환의 그런 부분들을 잡는게 어려웠다.

▲ 화면에서 살이 조금 오른 모습이다.

매일 술을 먹어서 살이 찔 수 밖에 없었다.(웃음) 배우들도 친하고, 호흡도 좋았다. '범죄도시' 전엔 술도 잘 못마시고, 술자리에서도 일찍 집에 갔다. 그런데 술자리에서 이뤄지는 소통을 알게된 거 같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술자리가 좋아졌다.

▲ '범죄도시'가 배우 윤계상을 많이 변화시킨 느낌이다.

그전엔 작품 안에서 제가 어떻게 연기할까, 어떻게 보여질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그런데 이젠 작품만 잘되면 된다는 생각이다. 작품이 잘되면 모두가 돋보이는 것 같다. 이전엔 제가 하는 배역만 생각하기에도 힘겹고, 부담스러웠는데 그 끈을 놓으니 자연스럽게 좋아졌다. '말모이' 처럼 마음과 마음이 모여 큰 뜻을 이룬 시간을 보낸 느낌이다.(웃음)

▲ 올해는 '말모이' 촬영을 하면서 바빴겠지만, god 데뷔 20주년이라 더욱 정신없지 않았나.

전 도움을 많이 받는 사람이다. 연기할 땐 동료들이 도움을 줬고, 공연할 땐 멤버들이 그랬다. 저 혼자서 할 수 없는 것들을 할 수 있게 됐다.

▲ 아이돌 출신 연기자라는 이미지를 벗기위해 일부러 god를 피하려 했던 시기도 있었다.

종교가 있는데, 모든 게 그분의 계획된 일 같다. 일단 결정된 부분에 대해선 납작 엎드렸다. 그러면서 이기적인 마음을 품거나, 혼자서 무언가를 하려고 했던 제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다. 재결합을 하면서 정말 소중한 것들, 그동안 살고자 하는 의지 때문에 못봤던 것들을 다시 보게됐다. 지금은 정말 감사하다. god를 할 수 있다는 게, 그리고 응원해주시는 멤버들과 팬 모두에게. 행복하다.

▲ god 팬들 사이에서는 윤계상이라는 멤버가 '돌아온 탕아' 같은 이미지도 있다고 하더라.

그 이미지가 큰 의미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 같이 이렇게 된 것이 중요한 게 아닌가. 돌아온 탕아처럼 보여도, 미운오리새끼처럼 보여도, 그게 저에게 중요한 건 아니다. 지금처럼 함께 웃을 수 있는, 그런 것들이 좋다.

▲ 성공적으로 배우로 전향했다. 배우로 활동하는 후배 아이돌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제가 그러기엔 나이가 좀 많다.(웃음) 조언을 할 처지는 아니지만, 그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성실하게 했으면 한다. 요즘은 정말 재능도 뛰어나고, 다 잘하더라. 어떻게 그렇게 잘하는지 모르겠다.

▲ 연기를 하면서 쉬운 길만 걸었던 건 아니다. '이건 내 길이 아닌가' 싶을 땐 없었나.

그렇다 하더라도 어쩌겠나. 연기밖에 할 게 없는데.(웃음) 쓸데없는 고집이고, 장점이자 단점인데, 일단 뭐가 됐든 시작하면 계속 하는 거다. 실패도 익숙하다. 그래서 계속 열심히 했던 것 같다.

▲ 나이 얘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벌써 40대다.

올해 41살이다. 나이를 먹으니 너무 좋은 것도, 너무 나쁜 것도 없어지는 것 같다. 막연하게 세상의 흐름 속에 몸을 맡긴 느낌이랄까. 바람이 불면 이렇게 되고, 저렇게 되고, 그렇게 유연해 진 것 같다. 어머니, 아버지의 마음도 조금 더 알게 되고, 어린 친구들의 마음도 알고. 세상이 재밌어 지는 것 같다.

▲ 나이를 먹으니 배우로서 좋은 게 있나.

작품이 다양하게 들어온다. 이전엔 착한 역할, 멜로 이랬는데 요즘은 정말 다양하다. 호러도 들어왔다. 너무 무서워서 시나리오도 다 보지 못하고 덮었지만.

▲ 결혼에 대한 생각은 없나.

작년, 재작년과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어서 할 말이 없다. (이하늬와) 잘 만나곤 있다.

▲ 그분과 1월, 극장가에서 맞붙게 됐다.

둘 다 잘되야지. 배우로서 그만한 보상이 어딨나. 그리고 정말 열심히 하셨더라. 예고편도 재밌게 봤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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