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 아이 먹였더니 헛소리…" 타미플루 부작용 '공포'

입력 2018-12-25 08:23  

국내외 사례로 본 타미플루 부작용 논란



독감으로 '타미플루'를 복용한 여중생이 아파트 1층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조사에 나서면서 약물 부작용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 24일 부산 연제경찰서에 따르면 이달 22일 오전 6시께 부산 한 아파트 화단에 A(13)양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검안의는 특이한 외상이 없고 추락에 의한 장기 손상으로 숨진 것 같다는 소견을 밝혔다.

경찰은 A양이 사는 이 아파트 12층 방문과 창문이 열려있던 점 등을 토대로 A양이 추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족들은 경찰 조사에서 "전날 독감 탓에 타미플루를 처방받은 A양이 타미플루 복용 후 환각 증상을 호소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따라 경찰이 A양 학교생활은 물론 타미플루와 관련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이 약의 부작용 사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 어떤 사례들이 있었나?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에게 타미플루 부작용 논란은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문제다. 온라인의 한 육아 커뮤니티에는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 부작용을 목격했다는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주로 독감 판정 후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을 먹였고 이후 아이가 이상 반응을 보여 계속 먹이기가 겁난다는 내용이다.

이달 초 한 육아 커뮤니티에는 10살 아이의 부모라고 밝힌 이가 "A형 독감으로 판정돼 타미플루를 먹이고 재웠더니 이상한 소리를 하며 울고 난리가 났다"며 독감 치료제 부작용을 조심하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다른 지역 육아 커뮤니티에서도 4살 아이를 둔 부모가 "4살 아이가 독감에 걸려 타미플루를 3일째 복용 중이다. 그런데 새벽에 타미플루 부작용이 갑자기 왔다. 안절부절하며 심하게 비명을 지르더니 갑자기 '엄마 싫다'고 화를 내다가 곧바로 '좋아한다'고 말한다. 그런 행동을 반복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린 아이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게 너무 섬뜩하고 무서운 기분이다. 계속 먹어야 하는 건지 판단이 안 선다"고 덧붙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앞서 2016년에는 11세 남자아이가 타미플루 복용 후 이상증세로 21층에서 추락해 사망했고 식약처는 의약품 피해구제 보상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2009년 경기 부천에서는 타미플루를 복용한 14세 남중생이 환청증세를 호소하며 6층에서 투신해 전신에 골절상을 입었다.

▲ 일본·영국 사례 살펴보니…

타미플루 부작용 논란은 해외에서 먼저 보고됐다. 2004년 일본 기후현에서는 한 고교생이 타미플루를 복용한 뒤 맨발로 도로를 걸어 다니다가 대형 트럭에 뛰어들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2005년에는 아이치현의 남자 중학생이 타미플루를 먹고 9층에 있던 집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특히 일본에서는 2001년부터 2007년까지 타미플루를 복용한 이후 이상 증세를 보이다가 숨진 것으로 의심되는 120여명 중 80%에 이르는 사람이 20세 미만인 것으로 보고됐다. 때문에 10대를 중심으로 한 청소년층에서 환각이나 환청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2007년부터 타미플루 복용 안내문에는 관련 경고 문구가 삽입됐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현재 타미플루와 해당 정식과적 이상반응은 인과관계가 명확치 않다는데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작년 8월 일본 후생노동성 조사 결과를 토대로 타미플루에 사용을 금지했던 10대 청소년층에도 투약을 재개하는 최종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도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이 2009년 4월부터 8월 달까지 보고된 부작용 접수 건을 집계한 결과, 타미플루 관련 부작용 보고는 총 591건이었으며 의심되는 부작용으로는 사망, 신경정신계 부작용, 심각한 피부 반응 등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아울러 지난 2009년 타미플루 제조사인 로슈사의 자체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오셀타미비르(상품명 '타미플루')를 복용한 환자로부터 총 4,202건의 중대한 유해사례를 포함한 15,887건의 유해사례가 보고된 것으로 밝혀졌다.

▲ 전문가들 '신중한 모습'

스위스의 제약사 로슈사가 개발한 타미플루는 2001년 11월 먹는 독감치료제로 알려지며 국내에 처음 시판됐다. 타미플루의 주성분인 오셀타미비르가 독감 바이러스를 증식시키는 '뉴라미데이션' 기능을 억제해 치료효과를 낸다. 보통 하루 두 알씩 닷새간 복용하면 완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04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조류독감 치료에 타미플루가 효과적이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하면서 전 세계 시장에 공급됐고 연간 2조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초대형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세계 곳곳에서 소아나 청소년 환자들을 중심을 한 신경정신계 반응이 보고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 약의 안전성·유효성 심사결과 등을 반영해 효능·효과, 사용상 주의사항 등을 바꾸기로 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이 같은 부작용이 늘어나는 추세다. 식약처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성일종 의원(자유한국당)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타미플루 부작용 신고 건수는 2012년 55건에서 지난해 257건으로 202건 증가했다.

의료현장이나 제약업계에서는 아직 뚜렷한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다. 이미 부작용이 알려질 만큼 알려졌고 타미플루를 대체할 의약품도 없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사와 전문가들은 타미플루 부작용에 대해 과잉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는 분위기다. 서울 대형병원 감염내과 관계자는 "사실 타미플루가 신경정신 장애 위험을 높인다는 의학적 근거는 없다. 다만 캡슐제제를 복용하지 못하는 소아들은 산제(가루약)을 그대로 복용하기 때문에 더 많은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비롯한 감염 전문가들도 약물과 이상반응 간 인과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만큼 복용 기피가 확산될 경우 자칫 질환의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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