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 침체된 오프라인 매장…대대적인 디지털 전환으로 반격
하이마트 등 롯데 계열사들 주도
중소형 전문점이 유통 전면에, 삐에로쑈핑·시코르 등 인기
쇼핑 성수기가 된 11월…"해외 직구 수요 잡아라"
[ 안재광 기자 ] 올해 유통업계는 그 어느 해보다 변화가 많았다. 산업 전반에 불고 있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흐름은 유통업계에 큰 영향을 줬다. 오프라인 점포에 속속 디지털 기술이 도입돼 온라인 쇼핑과의 경계가 허물어졌다.
중소형 전문점의 돌풍도 거셌다. 보물찾기 콘셉트의 이마트 ‘삐에로쑈핑’, 화장품 마니아의 성지가 된 신세계 ‘시코르’ 등이 소비자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선 쇼핑 비수기인 11월이 ‘쇼핑 축제’ 기간으로 자리잡았다. 중국 광군제,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등에 맞서 국내 유통회사가 유례없이 큰 행사로 ‘맞불’을 놓은 영향이다.
“디지털 전환…생존의 길”
디지털 전환은 올해 유통업계의 화두였다. ‘디지털로 전환하는 데 실패하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됐다. 이 같은 위기의식은 수십 년간 비슷한 형태를 유지해온 오프라인 매장을 완전히 바꿔놨다.
국내 유통업계 1위 롯데가 가장 적극적이었다. 롯데하이마트가 올초 구리역점을 ‘옴니스토어’로 바꾼 게 시작이었다. 매장 안에 빼곡하게 진열한 매대를 상당 부분 걷어내고 그 자리에 태블릿PC와 소파, 카페를 설치했다. 되도록 많은 상품을 전시한 기존 매장과 달랐다. 없는 상품은 태블릿PC를 통해 보여주고, 직원과 상담하고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온라인과 경쟁하기 위해 롯데하이마트가 내놓은 전략은 매장 안에서 온라인 쇼핑을 경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옴니 채널 전략은 롯데의 다른 쇼핑 계열로 확대됐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10월 서울 잠실점에 가구, 가전 등 부피가 큰 상품을 진열하지 않고 태블릿PC를 통해서만 판매하는 매장을 열었다. 롯데마트는 이달 13일 금천점을 ‘스마트 매장’으로 선보였다. 상품 가격표에 붙은 QR 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고 결제하면 3시간 안에 집으로 가져다주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온라인 배송보다 더 빠르다. 상품을 직접 보고 고를 수 있는 장점까지 있다. “미래형 마트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11월 쇼핑 할인행사에 소비자 열광
올해는 유독 11월 할인행사가 많았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기업 11번가의 ‘십일절’ 행사를 비롯해 G마켓·옥션의 ‘빅스마일데이’, 위메프의 ‘특가데이’, 티몬의 ‘타임어택’ 등이다. 블랙프라이데이 등 11월 해외 ‘직구’(직접 구매)로 빠져나가는 쇼핑 수요를 잡기 위해 국내 유통회사가 대대적으로 맞불을 놨다.
롯데 신세계 등 대기업까지 가세했다. 롯데는 백화점·마트 등 10개 유통 계열사가 전부 나서 ‘롯데 블랙 페스타’ 행사를 열었다. 행사 상품 수가 약 500만 개, 금액으론 1조원이 넘었다. 이마트도 ‘블랙이오’란 행사를 지난달 처음 열고 3000억원어치 물량을 풀었다.
이 같은 할인 행사에 소비자는 열광했다. 11번가는 지난달 11일 십일절 행사 때 거래액이 1000억원을 넘겼다. 하루 거래액으론 역대 최대 기록이다. G마켓과 옥션은 11일간의 빅스마일데이 행사 때 하루평균 약 290만 개, 3200만여 개의 상품을 누적 판매했다.
중소형 규모 전문점 바람
중소형 전문점을 크게 늘린 것도 유통업계의 트렌드다. 이마트의 ‘삐에로쑈핑’은 중소형 매장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삐에로쑈핑은 패션, 잡화부터 식품, 가전, 성인용품까지 없는 게 없는 ‘만물상’을 표방한다. 그러면서도 매장 크기는 1000㎡(약 300평) 안팎에 불과하다. 1만㎡가 넘는 대형마트보다 훨씬 작다. 상품을 뒤죽박죽 배치해 소비자가 ‘보물찾기’하듯 쇼핑을 놀이처럼 하도록 만들었다. 지난 6월 서울 삼성동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연 1호점은 오픈 11일 만에 10만여 명이 다녀갔다. 마트에 잘 가지 않는 10~30대가 특히 많았다. 이마트는 이후 8개 매장을 추가로 냈다.
이마트는 이런 식으로 자체상표(PB) 상품만 모아 놓은 ‘노브랜드 전문점’ ‘피코크 전문점’ 등 1000㎡ 안팎의 중소형 매장을 속속 늘리고 있다. 신세계백화점도 대형 백화점을 늘리기보다 중소형 매장 화장품 전문점 시코르를 늘리는 데 주력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출점 시 지역 상인과 번번이 마찰을 빚는 대규모 유통 매장과 달리 전문점은 규모가 작아 상대적으로 늘리기 쉽다”며 “추후 매장을 프랜차이즈 형태로 확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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