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도 '넷플릭스'처럼…월정액 내면 무제한 구독

입력 2018-12-25 18:38   수정 2018-12-26 11:39

스타트업 리포트

오디오북으로 돌풍 일으킨 '밀리의 서재'

서영택 대표 인터뷰

월 9900원에 2만5000권 이용…30분 내외로 책 쉽게 해설
이병헌 참여한 리딩북 인기…올해만 100억 넘게 투자 받아

'밀리 TV' 등 새 서비스 시작



[ 김남영 기자 ]
“‘영어 한마디도 못 하는데, 적어도 생활영어는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매일 조금씩 쉽게 가르쳐주는 ‘왕초보영어’를 하잖아요. 저희 회원 상당수도 책 한 권 읽지 않던 사람들이에요. 그런 사람들에게 책에 가까워지는 가장 쉬운 길을 만들어주는 게 저희 일입니다.”

지난 21일 서울 상암동 본사에서 만난 서영택 ‘밀리의 서재’ 대표(52·사진)는 자신들의 전자책 서비스가 ‘왕초보영어’와 비슷하다고 소개했다. 전자책 시장은 교보문고, YES24, 리디 등 쟁쟁한 경쟁자가 많아 이미 레드오션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런데도 후발 주자인 밀리의 서재는 올해 100억원이 넘는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넷플릭스처럼 월정액 방식으로 책을 구독하는 모델을 내놓으며 전자책 시장의 새 트렌드를 주도한 것을 인정받은 결과다.

웅진씽크빅 대표를 지내고 웅진북클럽(독서 학습 서비스)을 기획하며 독서 트렌드에 누구보다 예민했던 서 대표는 후발 주자로 도전해도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1년에 책을 한 권이라도 사는 사람이 300만 명밖에 없고, 그 300만 명이 도서 구매의 95%를 차지한다”며 “그 시장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서 대표가 목표로 삼은 건 나머지 사람들, 즉 책에는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다.

밀리의 서재는 책을 파는 ‘판매 사이트’가 아니라 책과 관련된 모든 콘텐츠를 망라한 ‘플랫폼’이다. 최근 배우 변요한, 구혜선 씨 등이 참여해 화제가 된 ‘리딩북’이 독서로 이끄는 대표적인 콘텐츠다. 리딩북은 책 내용을 음성으로 읽어주는 오디오북의 일종이다. 유명인들이 어려운 책을 30분 내외로 쉽게 해설하고 짧게 읽어준다. 매주 두 권의 전자책을 배달하는 ‘배달의 밀리’, 10분 영상, 작가와의 북클럽 등은 모두 어떻게든 사람들을 책으로 이끌려는 노력에서 나왔다.

서 대표는 책을 읽는 것뿐만이 아니라 책과 관련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도 독서라고 주장한다. 그는 “조선시대에는 책을 10번 이상 보고 외울 정도는 돼야 책을 ‘읽었다’고 인정해줬다”며 “그렇게 치면 요새 책을 ‘읽었다’고 할 사람은 없다”고 했다. 독서의 개념이 시대에 따라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만 봐도 책을 읽었다고 여기는 시대입니다. 그럼 책 자체에 매달리는 것보다 다양한 독서 콘텐츠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지 않겠어요?”

밀리의 서재 핵심 수익모델은 월 9900원으로 2만5000권 이상의 도서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월정액 구독 서비스다. 2014년 아마존이 선보인 무제한 전자책 구독 서비스 ‘킨들 언리미티드’와 같다. 월정액 모델이 출판업계에 악영향을 준다는 일부의 비판에 서 대표는 오히려 상생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출판사에 몸을 담은 게 몇 년인데 어떻게 출판사를 죽이는 일을 하겠냐”고 반문했다. 월정액 모델은 오히려 독서 인구를 늘리면서 종이책 판매도 확대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정액제를 하는데도 출판사들이 밀리의 서재에 책을 주는 게 바로 그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모두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를 지향해요. 책을 2차 콘텐츠로 전환했을 때 출판사나 원저작자도 가져가는 구조로 돼 있어요. 결국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겁니다.”

밀리의 서재가 다음으로 꺼내들 카드는 사용자들과의 수익 공유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이 경제와 관련해 포스트를 올렸는데 B가 포스트에 인용된 책을 서재에 다운로드하면 A에게 추천 수수료를 준다. 이 서비스는 다음달 초에 시작한다. 동영상 콘텐츠도 확장한다. 서 대표는 “‘밀리TV(가칭)’를 통해 10분 요약 영상뿐만 아니라 책에 어울리는 자작곡 영상을 올릴 수 있게 할 것”이라며 “노래든, 북클럽이든 무엇이든지 간에 즐거운 독서 경험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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