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입장 보이는 국토부와 BMW
사태 장기화 불가피
올여름 불거진 ‘BMW 차량 화재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회사 측 입장이 미묘하게 갈리고 있다. 추가 리콜(결함 시정) 등 문제 해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전날 밤 천안논산고속도로를 달리던 520d 차량에 또 불이 났다. 화재는 28분 만에 꺼졌고 인명 피해는 없었다. 지난 24일에는 광주에서 320d 역시 주행 중 불이 붙는 사고가 발생했다.
국토부와 민관합동조사단이 최종 조사 결과를 내놓은 가운데 BMW 차량에 불이 나는 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8월부터 사고 원인을 조사한 민관합동조사단은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결함을 지목했다. 이 때문에 냉각수가 끓는 현상(보일링)이 있었고 EGR 밸브 열림 고착, 경고시스템 미작동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결함을 은폐·축소하거나 ‘늑장 리콜’ 한 자료를 다수 확보해 BMW를 형사 고발하고 과징금 112억원을 부과했다. 이미 2015년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엔진 설계를 변경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하지만 BMW의 입장은 달랐다. 회사 측은 “화재 근본 원인은 설계 결함이 아니라 EGR 쿨러(배기가스 냉각장치) 누수인 게 확인됐다”고 반박했다. 또 늑장 리콜에 관해선 “원인이 확인된 시점에 지체 없이 리콜 조치를 했다”고 부인했다.
특히 국토부가 요구한 흡기다기관 리콜은 “이미 흡기다기관 교체를 하고 있다”면서 “권고 받은 사안은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 차이 속에 화재 사태가 결국 장기화 수순을 밟게 됐다. 흡기다기관 리콜과 EGR 보일링 현상 소명 등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가장 피해를 입는 것은 소비자다. 향후 상황에 따라 또다시 직접 공식 서비스센터를 찾아야 할 뿐 아니라 ‘불이 날지 모른다’는 운전자들 불안감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520d를 타는 운전자 A씨(34)는 “문제가 해결돼 차량이 안전한 건지, 화재 가능성은 없는 건지 아직 모르겠다”며 “서비스센터를 방문한 뒤 끝난 줄 알았는데 당황스럽다”고 호소했다.
앞서 BMW는 520d 모델을 포함한 42개 차종 10만6317대와 118d 등 52개 차종 6만5763대를 각각 리콜했다. 지난 22일 기준으로 보면 10만6317대 중 90.8%(9만6681대), 6만5763대 가운데 21.8%(1만4339대)만 조치를 받았다.
4개월이 지났음에도 먼저 실시한 리콜은 아직 진행 중이다. 이 밖에 검찰 조사와 집단소송도 쉽게 봉합되길 기대하긴 어렵다는 목소리가 많다.
업계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문제”라며 “회사 차원의 피해자 지원과 적극적인 안전관리 감독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BMW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수입차 시장에서 4만7569대를 팔았다. 전년 동기(5만2817대)보다 9.9% 감소했다. 중고차 시장 역시 520d 등 매물 기피가 벌어지고 있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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