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순신/고경봉 기자 ] 부동산 전문가 10명 가운데 7명 이상이 내년에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는 26일 ‘2019 KB 부동산 보고서’에서 건설·시행, 학계, 금융 등 부동산시장 전문가 112명 가운데 70.5%가 내년에 전국 주택매매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하락폭이 1~3% 수준일 것이라는 의견이 31.3%로 가장 많았고 3~5%를 예상하는 비중도 17.0%에 달했다. 지역별로는 비(非)수도권 지역 주택시장 하락을 전망한 응답이 87.5%에 달했고, 이 가운데서도 5% 이상 떨어질 것이라는 응답은 19.6%였다.
주택 거래량 역시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내년도 주택매매 거래량이 올해보다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은 64.3%로 집계됐다. 비수도권의 거래량 감소 전망은 77.7%였다.
부동산시장 침체의 원인으로 부동산 관련 대출규제(49.1%)가 첫손가락에 꼽혔고, 종합부동산세·보유세 강화(16.1%),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12.3%)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행도 이날 지역경제보고서를 통해 서울과 광주광역시의 주택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설문조사 결과를 내놨다.
"불안한 집값 잡으려면 양도세 내려 거래 활성화"
서울 포함 대부분 지역 하락세…경기·대전·세종은 상승 가능성
부동산 공인중개사와 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도 내년 대다수 지역의 집값이 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은행 협력 공인중개사 512명 가운데 내년 전국 주택 매매가격 하락을 예상한 비중은 76.3%에 달했다. 특히 서울 강북의 집값이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73.1%로, 강남 하락 전망(67.2%)보다 높았다. 고액자산가의 자산관리를 맡는 은행 PB 7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73.6%가 내년 전국 주택 매매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30.6%가 집값이 3% 이상 급감할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수도권 집값 전망에선 의견이 갈렸다. 수도권 집값 하락을 점친 공인중개사는 68.4%였지만 PB와 전문가는 각각 47.2%, 41.1%에 불과했다. 수도권의 집값 상승을 예상한 배경으로는 풍부한 유동성과 대체투자처 부족(27.3%), 매물 부족(24.2%), 공급 물량 부족(24.2%) 등을 꼽았다.
전문가와 중개업소, PB들은 올해 투자 유망 부동산으로 아파트 분양과 재건축, 토지를 택했다. 수도권과 6개 광역시 중개업소에선 아파트 분양(24~26%)의 선호도가 가장 높았으며, 전문가들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기타 지방은 아파트 분양(18.1%)보다 토지(30.1%) 선호도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PB들도 투자 유망 부동산으로 재건축·재개발(34.0%), 아파트 분양(29.2%)을 꼽았다.
집값 안정을 위해 규제보다 거래 활성화 및 공급 확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민석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부동산연구팀장은 “시장안정을 위한 정책으로 공인중개사와 PB는 ‘양도세 인하를 통한 거래 활성화가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고, 시장 전문가들은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및 신규 택지 추가 공급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경기, 세종, 대전을 제외한 대다수 지역의 집값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 부산 울산 강원 충북 등은 3분의 2 이상의 전문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인천 전북 전남 광주도 하락 의견이 우세했다. 지난달과 이달 전국 건설·부동산업 종사자, 은행 등 금융업 종사자, 연구원, 교수 등 주택시장 전문가 17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를 통해서다.
전문가들은 대전과 세종은 개발 호재가 부각될 것으로 내다봤다. 세종은 인구 유입 증가세, 대전은 주택 순공급 감소가 집값 상승세를 이끌 요인으로 언급됐다.
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에 대해선 23.4%가 상당한 효과, 52.2%는 제한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순신/고경봉 기자 soonsin2@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