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와 사진으로 생생하게 살펴보는 ‘우리 동네 어떤 밸류’ 시리즈입니다. 단독·다가구, 빌딩, 토지의 실거래가를 통해 해당 지역 부동산의 현황을 살펴봅니다. 가장 빠르고 정확한 시세와 사례들, 그리고 그 숨은 이야기들을 밸류맵과 집코노미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이번 주는 수요 감소 및 임대료 상승의 악재가 겹치면서 공실이 급증하고 있는, 한때 유명했던 삼청동?북촌 일원의 상권을 살펴봅니다. [집코노미 편집자 주]
◆소리없는 추락, 삼청동…17% 넘는 공실률
북촌, 인사동과 함께 서울의 대표 관광코스이자 골목상권을 이끌어 갔던 삼청동 골목이 시들어 가고 있다. 12월에 방문한 삼청동 거리는 막 시작된 한파만큼이나 을씨년스러웠다. 한복을 대여해 입고 한껏 기대한 표정으로 거리에 들어선 외국인 관광객 서너 팀이 눈에 보였지만 공실이 이어지는 골목에 어디로 발길을 돌려야 할지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이었다. 카페거리를 찾던 연인이나 젊은 데이트 고객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평일에도 북적북적한 연남동?익선동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밸류맵이 서울교육박물관 주차장부터 삼청파출소까지 이어지는 북촌로5가길 골목길과 삼청로로 이어지는 문화거리, 카페거리 도로변 등을 전수조사한 결과 공실 상태인 상가가 33개였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주요데이터에 등록된 해당구역의 상가가 193개임을 감안하면 공실률이 무려 17%에 달했다. 셔터가 내려져 있거나 내부 인테리어 등을 정리하지 않아서 공실을 확인하지 못한 물건들이 더해진다면 실제 공실률은 20%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점포정리를 위해 세일을 실시하는 매장들도 곳곳에서 눈에 보였던 만큼 올겨울 한파만큼이나 삼청동 상권이 춥게만 느껴졌다.
◆관광객 감소 직격탄…공실건물 대부분, 최근 거래된 건물
이곳은 가로수길 등과 더불어 초창기 골목상권의 대명사였다. 임대료 상승 및 임차임 내몰림 현상이 가장 먼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종로구에서는 2017년 말 ‘종로구지역상권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및 상생협력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지난 6월 삼청동을 포함해 익선동 한옥거리, 세종마을, 북촌, 인사동, 대학로 등 6곳을 대상지로 선정했다. 하지만 상가건물 임대차 상생계약서 표준안을 배포하는 것에 그치는 등 사실상 구호에 그치고 있어 그 효과는 크지 않아 보인다.
상승한 임대료 만큼 수요도 늘어나면 되지만 수요의 변화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삼청동의 몸값 상승의 주요 원인은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었다. 한류가 퍼지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했다. 특히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급등하면서 이들을 타깃으로 한 가게들이 늘어가기 시작했다. 관광객 증가로 인해 늘어난 매출이 상승한 임대료를 보안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사드사태 이후 중국인 단체관광객 급감 등으로 매출이 감소하면서 공실 증가로 이어졌다. 지금 공실인 상가들이 중국 단체관광객을 타깃으로 했던 화장품이나 의류 등 판매시설임을 유추해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상권자체가 관광객에 맞춰져 있다 보니 다른 지역에 비해 판매시설 비중이 높은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193개 상업시설 중 도·소매 판매시설이 75개로 전체 40%에 육박한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지난 2~3년간 해당 지역에 건물을 구매한 임대인들도 위기를 겪고 있다. 삼청동에서 발견된 공실중 상당수가 최근 매매가 됐던 건물이었다. 삼청동 카페거리에 위치한 A건물은 지난 2017년 8월 50억원(토지기준 3.3㎡당 8773만원)에 매매 됐지만 현재까지 1년 이상 공실이다. 이전에는 유명 연예기획사에서 론칭 했던 화장품 매장이 있었지만 매장이 철수한 이후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해당 건물의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매입당시 채권최고액이 약 37억2000만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대출액의 120%를 채권최고액으로 설정하는 관례에 따르면 약 31억원의 1금융권 대출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자비용만 한 달에 최소 800만원에서~1000만원 사이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현지 부동산에 따르면 해당 물건은 현재 보증금 3억원에 월세 2000만원에 임대 매물로 나와 있다. 이정도 수준에서 임대가 될 경우 세전 자기자본([equity) 수익률은 8%에 이르지만 공실이 이어지고 있어 실질 수익률은 크게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공실이 길어지면서 임대료를 낮춘 물건도 등장하고 있다. 북촌로 5가길 있는 B건물은 2017년 10월 32억원에 매매가 이뤄졌다. 토지기준 3.3㎡당 9,143만원으로 전 소유자가 2014년에 매입한 22억8천만 원 대비 40% 상승된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 면적당 평단가로 따지면 삼청동 일원에서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물건이다. 하지만 현재 5개월 이상 공실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별도의 근저당권은 설정되어 있지 않으며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보증금 1억원에 월세 736만원에 건물 전체 임차인을 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순 수익률을 감안하면 3% 미만인 수준이다. 해당 중개업소에 따르면 협의에 따라 일정부분 렌트프리의 가능성도 언급했다.
◆카페거리는 현황유지, 문화거리 일대는 큰 폭 하락
지역별 임대료 차이는 가격 지표에 바로 나타나고 있다. 남측으로 팔판동?소격동?화동?삼청동 일부가 포함되어 있는 삼청동 문화거리 일대와 삼청동이 중심이 된 삼청동 카페거리 일대의 실거래가 가격지표를 살펴본 결과 변화가 뚜렷했다.
골목사이로 작은 상가들이 밀집해 있는 삼청동 문화거리 일대의 경우 거래량 및 가격 모두 하락한 모습을 보여줬다. 2018년 문화거리 일대 거래건수는 5건, 건별 3.3㎡당 평균 가격은 3,287만원이었다. 2017년도 평균 가격 4,324만원 대비 1,037만원(△24%) 하락했다. 거래건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연도별 격차가 있었지만 2015~2017년 대비 확연하게 가격 하락세가 나타났다. 대로변 큰 건물들이 많은 카페거리의 경우 거래량이나 가격이 전년도 수준을 유지했다. 2018년 1월부터 11월까지 10건이 거래됐으며 건별 3.3㎡당 평균가격은 3,892만원을 기록했다. 2017년 3,932만원 대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삼청동을 돌아보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상권과 유행, 그리고 거기에 대응하지 못하고 우왕좌왕 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을 보았다. 꿈과 희망을 걸었다가 한순간 식어버린 인기에 힘들어하는 임차인들과, 자신도 모르게 고점에 투자해 버린 임대인들의 난감함, 그리고 변화에 대응 없이 묵묵히 동내를 지키고 있는 원주민들까지 쉽게 해결 할 수 없는 고민들이 산적해 있었다. 아마 지속 가능한 상권은 없을 것이고 이런 고민들은 다른 골목들에서 숱하게 나올 것이다. 누가 주관이 되어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쉽게 실타래를 찾기는 어렵다. 또한 부동산의 특성상 변화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기에 막막하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 유행하고 있는 수많은 골목 상권들과, 각종 도시재생 계획들의 범위에 삼청동의 이런 현황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며 해결책 또한 모두가 고민해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해본다.
/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 정리=집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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