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이라크의 미군 부대를 깜짝 방문했다. 그가 분쟁 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군부대를 찾은 건 취임 후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 늦게 백악관을 나와 워싱턴DC 인근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이라크를 향해 떠났다. 이후 다음날인 26일 늦은 오후 바그다드 서쪽 알 아사드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그는 부대를 찾아 장병, 간부들과 대화를 나눴다. 전용기 에어포스 원은 현지시간 오후 7시15분께 착륙, 3시간30여분 뒤인 오후 10시50분께 이라크를 떠났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우리의 군 부대와 지도자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그들의 복무와 성공, 희생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하며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를 하기 위해 대통령 부부가 크리스마스 밤 늦게 이라크로 향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이라크행은 극비리에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부인인 멜라니아 여사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등 일부 참모진과 기자단이 동행했다.
그가 이라크를 전격 방문한 것은 밖으로는 중동권 역내 불안감을 해소, 시리아 철군 역풍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철군과 아프가니스탄 주둔병력 감축,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조기 축출 결정을 둘러싸고 혼란의 날들을 보낸 뒤 뭔가 긍정적인 뉴스 헤드라인을 찾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이라크 방문은 중동 및 중앙 아시아의 분쟁지역에 배치된 군 부대를 방문하라는 여론의 압박이 수달간 계속된 뒤 이뤄진 것"이라며 격변의 한 주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기도 하다고 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분쟁지역 내 미군 부대를 찾지 않은 데 대해 반대 진영 등으로부터 비판론에 휩싸였으며, 지난달 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행사 참석차 프랑스를 방문했을 당시 애초 계획했던 앤마른 미군묘지 참배 일정을 취소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 전에는 조지 W.부시 대통령(2003년 11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2009년 4월)이 각각 이라크를 방문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 해외 분쟁지역에 대한 개입을 끝내겠다고 공약했으며 이에 따라 시리아 철군 결정이 이라크 병력 주둔에 미칠 여파에도 관심이 모여왔다.
그러나 그는 이날 "미국은 이라크에서 철수할 계획이 전혀 없다"면서 "시리아에서 무언가를 하기를 원한다면 이라크를 기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역내 불안 해소를 시도하며 역풍 정면돌파에 나섰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