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빛의 GO!투자]만만치 않았던 공모주 청약…개미에겐 높은 '벽'

입력 2018-12-27 13:31   수정 2018-12-27 20:22

직장인이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일까요? 승진해서 연봉이 오른다거나 예상치 못한 성과급을 받을 때겠지만, 아쉽게도 어쩌다 한 번 찾아오는 일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꽁돈'을 벌기 위해 오늘도 투자를 합니다. 고은빛 기자가 쌈짓돈 100만원을 갖고 본격적으로 투자에 나섭니다. 고 기자의 투자기가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위해 투자하는 직장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편집자주]

주식 시장에서 일명 '대박'이라고 불리는 투자처가 있습니다. 바로 공모주 투자인데요. 지난해 말 테슬라 요건으로 상장한 카페24도 공모가는 5만7000원이었지만, 현재 주가는 2배 가량 오른 상태입니다. 주식 시장에서 거래를 앞둔 종목을 미리 찜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입니다.

이번에도 100만원으로 공모주 투자를 해봤습니다. 공모주도 생애 첫 투자입니다. 괜시리 마음이 설?습니다. 최근 전체적으로 청약 경쟁률도 많이 떨어진 만큼 잘하면 꽤 배정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예상되서였죠. 최근 증시가 부진하면서 일부 기업들이 상장을 철회하거나 연기하는 등 공모주 시장은 다소 위축된 상황이었습니다.


지난 12일 NH투자증권 계좌를 통해 공모 청약을 진행했습니다. 청약한도는 50%로 나왔습니다. 청약할 수 있는 최고 한도 물량의 50%만 신청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가령 A종목의 최고 청약 한도가 1만5000주라면 제가 돈이 아무리 많아도 7500주만 청약을 신청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일반투자자의 청약한도는 우대기준 및 청약 단위에 따라 50%, 100%, 150%, 200%, 250%로 5단계가 있습니다.

50%는 보통 증권사 계좌만 보유하고 있어도 가능한 수준입니다. 청약한도가 100%가 되려면 직전 3개월간 3000만원 이상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3000만원 어치 주식잔고가 있더라도 해당 주가가 너무 떨어져서 평가금액이 3000만원을 밑돌면 청약한도 100%우대를 못 받게 됩니다.

청약 기간은 이틀입니다. 청약은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만 가능하고, 취소도 청약기간 중에서만 가능합니다. 온라인 청약은 무료입니다. 청약 단위는 기본 10주부터 가능합니다. 모든 증권사에서 청약이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상장 주관을 맡은 증권사 계좌가 있어야 합니다. 기업공개(IPO)를 많이 주관하는 증권사 위주로 미리 거래실적을 쌓아놓을 필요가 있는 셈입니다.

당시 청약이 가능한 종목은 디케이티와 위지윅스튜디오 2개였습니다. 디케이티는 전자기기 부품 연성회로기판실장부품(FPCA) 모듈을 제조 및 공급하는 업체입니다. 갤럭시S8 갤럭시S9 등을 비롯해 대부분의 매출을 삼성에서 올리고 있습니다. 기관투자자 수요 예측에서 771.42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면서 공모가는 7400원으로 결정됐습니다. 희망 공모가(6000~7400원)의 최상단입니다. 기업 가치를 높게 평가한 기관투자자들이 많았다는 뜻입니다. 기업 성장성이 높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위지윅스튜디오는 컴퓨터그래픽이미지 기반 종합 콘텐츠 기획 및 제작을 하는 기업입니다. 월트디즈니 공식 협력사로 등록되면서 '앤트맨과 와스프' 스크린X의 영상시각효과(VFX)를 수주하기도 했다고 하네요. 일단, 제 눈에는 두 종목 다 괜찮아보였습니다.


먼저 디케이티 청약 신청을 눌렀습니다. '청약신청수량/증거금'을 누르면 제 한도에 맞게 청약가능한 수량과 금액이 뜹니다. 전 총 250주를 청약할 수 있었습니다. 공모가 7400원에 총 250주가 가능했습니다. 제가 주식을 총 사들이는 금액은 185만원이었지만, 증거금률이 50%이기 때문에 92만5000원만 계좌에 있어도 청약이 됐습니다.

환불 및 입고계좌 신청도 선택해 우리은행 계좌를 넣었습니다. 배정이 안되면 환불 계좌로 돈이 바로 입금되는 시스템입니다.

청약을 진행하고 나니 계좌엔 7만5000원이 남았습니다. 뭔가 남기기엔 애매한 금액입니다. 기왕 100만원 투자한도를 채워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같은 기간에 청약을 받는 위지윅스튜디오를 눌렀더니 총 10주가 가능했습니다. 공모가 1만1000원에 10주를 담았습니다. 역시 총 11만1000원 어치를 사는 것이지만, 증거금률 50%를 적용해 5만5000원만 내면 됐습니다. 배정 주식은 청약 경쟁률에 비례해 배분됩니다.

하지만 개미투자자에게 공모주 시장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제가 배정을 받은 주식은 달랑 1주였습니다.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청약에 많은 금액을 신청한 만큼에 비례해 주식이 배정되는 시스템입니다. 저처럼 적은 금액을 넣으면 몇 주만 받는 구조인거죠. 공모주 투자를 제대로(?)하는 개인투자자들은 여러 계좌로 몇 억씩 청약한다는 얘기가 떠올랐습니다.

그나마 위지윅스튜디오 1주라도 건질 수 있었던 건 낮은 경쟁률 덕분이었습니다. 위지윅스튜디오는 일반공모 청약에서 6.84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다른 상장 예정기업들의 경쟁률보단 다소 낮았던 편입니다. 디케이티의 일반공모 청약은 780.31대1이었습니다. 100만원도 안 되는 금액으로 신청한 제가 쉽게 감히 받을 수 있는 주식이 아니었던거죠.

배정이 안 된 물량은 제가 신청했던 우리은행 계좌로 들어왔습니다. 손해는 보지 않았으니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1주라도 받은 게 어디냐'는 생각까지 들었는데요. 이 소중한 한 주의 주가만 상승한다면 처음으로 플러스 수익도 낼 수 있겠다며 내심 기대했습니다.

지난 20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날 위지윅스튜디오는 상승 출발하면서 1만1700원까지 올랐습니다. '어라? 이러다 상한가 찍는 거 아냐.' 상장 첫날 종종 상한가로 직행하는 종목들을 봤던 만큼 괜스레 기대감은 커졌습니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은 역시나였습니다. 반짝 상승세를 보이던 위지윅스튜디오는 상장 첫날 16.89% 하락한 9350원에 마감했습니다. 공모가 1만1000원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공모주 투자법칙의 기본으로 꼽히는 '상장 첫날 매도' 현상이 이어진 탓입니다.

위지윅스튜디오의 주가는 제 마음을 들었다놨다 했는데요. 지난 21일, 24일 주가는 오르면서 9500원까지 회복했습니다. 전날엔 CJ CGV와 스크린X 제작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주가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는 뉴스였죠. 오후 1시께 주가는 1만50원까지 올랐습니다. 공모가를 곧 회복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생겼지만 오후엔 오히려 1% 하락 마감했습니다. 구체적인 계약금액이 나오지 않은 만큼 실적 기대감을 일으킬 정도의 뉴스는 아니었나 봅니다.

결론적으로 이번에도 투자수익률은 마이너스입니다. 전날 종가 기준으로 주가는 총 15.18% 하락했습니다. 전체 총 투자수익률은 -0.16%입니다. 첫번째 해외주식 투자(-5.27%), VIX ETN 투자(-4.86%)보다 나아진 성적표입니다.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이번 공모주 투자도 아직 희망은 있습니다. 위지윅스튜디오가 공모가를 회복하고 상승추세를 이어가면 바로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합니다. 고작 1주에 수익률 개선을 기대하다니 그야말로 소확행이 따로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공모주 투자는 일반투자자들에게, 특히 자금이 많지 않은 개미투자자에겐 생각보다 큰 수익을 안겨주는 투자법은 아닌 것 같습니다. 여유자금이 많지 않으면 '그림의 떡'입니다. 인기가 있는 종목 청약에 몇 억씩 넣는 '큰 손' 개미들과는 게임 자체가 안 된다는 점에서죠.

그래도 공모주 투자를 눈여겨 봐야할 이유는 있습니다. 가끔 저와 같은 개미들에게도 기회가 생길 수 있습니다. 최근 에이비엘바이오는 일반 공모투자가 0.78대1을 기록해 청약 미달이 발생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여파로 바이오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냉각된 탓이였죠. 기업 가치에 대한 평가는 좋지만, 시장상황이 나쁘다면 이런 타이밍을 노려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이 공모주 투자를 하기엔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기업의 가치를 평가해 공모해서 주식을 배정받기보다 상장 첫날 사들이는 게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또 간접적으로 공모주에 투자할 수 있는 공모주펀드를 이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최종경 BNK투자증권 연구원의 말로 마무리 짓겠습니다.

"기업가치를 판단하는 게 중요합니다. 공모가가 기업가치보다 높게 측정됐다면 공모주 청약으로 투자하는 것보다 상장 첫날 사들이는 게 유리합니다. 공모주를 배정받으면 적어도 1~3개월 보유해야 유리하다는 얘기도 있지만, 종목이나 시장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은 유의해야 합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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