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생활 속 경제이야기] 고정급 제도에 숨어 있는 '인센티브'

입력 2018-12-27 17:28  

박정호 < KDI 전문연구원 >


연말에 직장인들은 한 해 동안의 성과에 따라 상여금을 받는다. 그런데 아직 성과에 연동한 급여체계가 아니라 고정급을 지급하는 회사와 직종이 많다. 이들 회사는 인센티브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물론 고정급 제도를 사용하는 회사는 성과 평가를 위한 유용한 기준이나 측정도구를 갖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다. 고정급 제도에 숨어 있는 인센티브 요인에 주목해 자발적으로 고정급 제도를 선택한 회사가 더러 있기는 하다. 이들은 고정급이 능률급과는 다른 형태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성과급과 능률급은 소득에 대한 불안정성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불황이나 해당 기업의 영업 실적 저조와 같은 상황에 직면하면 월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런 특성을 내포하고 있는 성과급 제도는 경기 변동과 영업 실적에 대한 위험을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측면도 있다.

고정급은 다르다. 고정급은 불황이나 영업 실적 하락으로 인한 위험을 기업이 부담한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실적이 좋지 않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급여를 지급하는 회사라는 ‘안정성’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높은 직급에는 성과급을, 낮은 직급에는 고정급을 지급하는 비율이 높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고경영자(CEO)나 임원은 회사 경영에 직접적으로 책임을 진다. 이 때문에 영업 실적 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자신의 책임과 권한에 연동된 결과물인 영업 실적 등에 근거해 급여를 지급하는 성과급 형태가 합리적이다. 직급이 낮아 의사결정 권한이 크지 않은 일반 직원은 다르다. 그들에게 성과급이나 능률급을 강요하는 것은 자신들이 통제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도 위험과 책임을 지우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안정성을 담보하는 고정급이 합리적이다.

CEO나 임원에게 고정급만 지급하는 회사도 있다. 그렇게 하는 근거가 없지 않다. 그중 하나가 ‘평판’이다. CEO에게는 업계의 평판이 또 다른 경제적 유인으로 작용한다. 재직 중인 회사에서 성과를 내야 좋은 평판을 얻을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더 높은 급여를 받고 다른 회사로 이직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인수합병(M&A)도 CEO에게는 중요한 인센티브 요인이다. CEO가 성과를 내지 못하면 주주들이 그 CEO를 교체하거나 다른 회사에 흡수될 수도 있다. 그것이 CEO가 고정급을 받고 있다 하더라도 성과를 내도록 노력하게 하는 인센티브 역할을 하는 것이다. CEO나 임원에게 고정급을 지급하는 회사가 남아 있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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