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공세 나선 한국당
김은경 前 환경부 장관 등 5명, 직권남용죄로 검찰 고발 방침
"청와대와 상호 공모로 봐야"…330개 공공기관도 작성 의혹 제기
부인하다 말 바꾼 환경부
"金이 감사관실에 동향파악 요구…정보공유 차원서 자료 제공했다"
장·차관 건너뛰고 가능하냐 논란
[ 박종필 기자 ]
자유한국당이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직원을 정부의 ‘코드 인사’로 교체하려 했다는 ‘블랙리스트’ 의혹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등을 직권남용죄로 고발하기로 하고, 다른 정부 부처 및 산하 기관에도 비슷한 일이 있는지 전수조사해야 한다며 압박에 나섰다. 청와대는 “관련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정치권 전반으로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대통령 탄핵감’ 거론한 한국당
한국당 청와대 특별감찰반 의혹 진상조사단은 27일 김 전 장관을 비롯해 박천규 환경부 차관, 주대형 감사관, 이인걸 전 특감반장 등 5명을 직권남용죄로 고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국당이 전날 ‘문재인 정부 1호 블랙리스트’라며 공개한 문건에는 환경부 산하 8개 기관 임원 24명의 임기와 사표 제출 여부 등이 담겼고, 반발하는 사람들의 사유까지 적혀 있었다. 조사단 소속 최교일 의원은 브리핑에서 “(이들 5명은) 환경부 산하 기관에 재직 중인 (임직원) 24명을 상대로 사표 제출을 종용하는 등 중대한 직권남용을 한 의혹이 있다”며 “청와대와 상호 공모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이에 그치지 않고 조국 민정수석이 출석하는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을 통해 진상을 밝히고 국정조사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 시절 국무총리실 산하에서 일어난 사찰을 보고 ‘국기문란 행위로 탄핵이 가능한 사안’이라고 했는데 이번 일은 (문 대통령에 대한) 탄핵감이 아닌지 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최고 수위의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나 원내대표는 이어 “이 정권이 사찰 정권임이 명확해졌다”며 “전 부처에서 일어났다고 짐작되는데 이런 부분이 하나씩 밝혀진다면 (국회) 국정조사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사단 소속 김용남 전 의원은 전날 ‘환경부 산하 기관 8곳 임원 사퇴 동향’ 문건을 입수해 폭로했다. 김 전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청와대에 330여 개 공공기관 임원들의 동향을 파악해 작성한 전체 리스트가 있었다고 전해 들었다”며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윤영석 대변인은 “현 정부가 적폐 청산이라는 미명하에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강하게 비난해놓고 스스로 또 다른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는 새로운 적폐를 만들고 있었다”고 꼬집었다. 한국당 진상조사단장인 김도읍 의원은 “수백 개 공공기관장 자리에 대해 코드 인사를 해주려면 블랙리스트 작업이 반드시 있었을 것”이라며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해 집요하게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문건 작성 부인했다가 말 바꾼 환경부
환경부는 전날 한국당이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하자 문건 작성 자체를 부인했다. 하지만 이날 늦게 입장을 바꿔 “올해 초 청와대 특별감찰반 소속 김태우 수사관의 요청으로 감사담당관실에서 작성됐다”고 해명자료를 내 문건 작성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환경부가 왜 말을 바꿨는지에 대해서는 “내부 확인이 늦어진 것에 따른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논란만 더 증폭시킨 셈이다. 김동진 환경부 대변인은 “늦게까지 여러 부서를 추가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처음 발표와는 다른 내용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수사관이 지난 1월 중순 환경부 감사담당관실에 환경부 및 산하 기관의 현재 동향을 파악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정보 제공 차원에서 윗선에 보고하지 않고 김 수사관이 환경부에 왔을 때 제공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환경부가 장·차관 등을 건너뛰고 고위 간부의 인사 동향 보고 문건을 윗선 보고 없이 곧바로 김 수사관에게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김 대변인은 “산하 공공기관의 동향을 파악하는 것은 공직 감찰을 하는 감사관실의 기본 업무”라며 “특정 인물을 교체하는 상황이었다면 위에 보고했겠지만 통상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자료를 공유한 것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삼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청와대는 이 모든 문건은 김 수사관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것이며 보고받은 적도 없다고 강조했지만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새로운 대여(對與) 공세 포인트를 찾고 있던 야당에는 놓칠 수 없는 기회”라고 내다봤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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