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악화·민간사찰 의혹 영향
與 "마지노선 40% 깨질라" 긴장
[ 김우섭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해 부정 평가가 취임 후 처음으로 절반을 넘었다.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서는 ‘데드크로스’ 현상도 나타났다. 현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실망감에다 ‘민간인 사찰 의혹’ 등 정권 도덕성에 악영향을 주는 사건이 연이어 터진 탓이다.
데드크로스 반전될까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는 전국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국정수행 긍정 평가가 43.8%로 집계됐다고 27일 발표했다. 전주보다 3.3%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부정 평가는 5.5%포인트 오른 51.6%를 기록해 처음으로 절반을 넘었다.
리얼미터 조사 기준으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선 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1년7개월 만에 처음이다. 처음으로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의 격차가 오차범위 밖(7.8%)으로 벌어졌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 9월 평양 남북한 정상회담 후인 10월부터 빠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중도층의 이탈이 심각하다. 중도층의 긍정 평가는 전주 48.0%에서 이번주 36.7%로 11.3%포인트나 하락했다. 중도층 지지율이 30%대로 추락하고, 중도층의 부정 평가도 60%를 넘어선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50대의 긍정 평가가 41.5%에서 32.1%로 대폭 낮아지는 등 전 연령대에서 지지율이 추락했다. 경기·인천(50.2%→39.7%), 자영업자(42.5%→37.1%)와 노동직(47.7%→39.6%) 등에서 이탈 폭이 컸다.
전문가들은 역대 정권에서 데드크로스 현상이 일어난 뒤 이를 뒤집은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추세를 반전시키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1년 차 2분기에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지르기 시작했고 이후 임기를 마칠 때까지 이를 뒤집지 못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년 차 3분기에 지지율의 데드크로스가 발생했고 역시 이 추세가 탄핵 때까지 이어졌다.
마지노선은 대통령 지지율 40%
여권은 대통령 지지율의 마지노선을 40%로 잡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 하한선은 35%로 보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은 1.7%포인트 하락한 36.3%를 기록해 임계점에 다가서고 있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정한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율’이 무너질 경우 국정운영 동력 확보에 차질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치권에선 지지율 자체보다는 정부에 대한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고 보고 있다. 지난 9월 말 65.3%를 기록한 뒤 큰 악재 없이 석 달 만에 20%포인트 이상 하락한 건 이례적이란 분석이다. 가상준 단국대 정치학 교수는 “경기에 민감한 자영업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등의 이탈이 뼈아프다”고 말했다.
경기 회복이 지지율 상승의 핵심이라는 것은 알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내년 상반기 후반에나 고용 등 경제 지표가 나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때까지 지지율 하락폭이 얼마나 더 커질지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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