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거위의 꿈

입력 2018-12-27 18:05  

송재훈 < 차바이오그룹 회장·내과 전문의 jhsong@chamc.co.kr >


노터블랩스(Notable labs)는 미국의 항암제 탐색 전문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다. 20대 창업자 맷 드실바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는데, 그의 아버지가 뇌종양 투병을 하자 치료 방법을 찾기 위해 세계를 돌아다녔다. 아버지는 결국 돌아가셨지만 드실바는 당시 많은 전문가에게 자문해 이를 토대로 난치암 환자에게 적절한 항암제를 찾는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아버지와 같은 난치암 환자를 위한 꿈’이라는 스토리로 페이팔 창업자인 피터 틸의 투자를 받아 회사를 설립했다.

창업 초기에 자문을 제공하면서 그에게 전공과 거리가 먼 바이오 회사를 어떻게 창업할 수 있었냐고 물었더니 “샌프란시스코는 그런 도전이 가능한 곳”이라고 했다. 이 회사는 수많은 실패 후 현재는 로봇을 이용해 자동으로 항암제를 탐색·선별하는 기술을 개발한 상태다.

국내 스타트업 힐세리온의 류정원 대표는 공대를 나와 창업했다가 실패하고 의학전문대학원에 들어갔다. 의대 졸업 후 응급실에서 근무하다보니 어떤 상황에서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초소형 휴대형 초음파 기기가 있으면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류 대표는 과감하게 의사 생활을 접고 창업했고, 세계 최초로 휴대폰으로 초음파 영상을 볼 수 있는 초소형 무선 초음파 기기를 내놨다. 가격은 기존 초음파 기기에 비해 10분의 1 수준이지만 영상 품질은 떨어지지 않는 이 제품을 전 세계에 보급하겠다는 꿈을 현실화하고 있다.

필자는 얼마 전 중국 쓰촨성 청두를 방문했다. 최근 바이오산업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중국에서 차바이오그룹의 사업 확장 기회를 보기 위해서였다. 청두시 관계자들과 업계 대표들은 우리가 소개한 최첨단 기술과 인프라에 감탄하면서 중국에서 사업을 같이 하자고 적극적으로 제안했다. 청두시의 젊은 창업자나 업계 대표들과 얘기해보니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어떤 가능성에도 도전하는 열정적인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이들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국의 앞선 헬스케어 기술을 받아들이는 것도 10년 정도 지나면 없을 것이라고 했는데, 그 말이 허튼소리로 들리지 않았다.

바이오 스타트업이 성공할 확률은 10%도 안 된다. 그러나 전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드실바와 류정원 같은 창업자들이 실패를 통해 배우고 성장하며 또 다른 도전을 한다. 도전과 열정으로 무장한 이 ‘퍼스트 펭귄들’이 새 역사를 만들어간다. “난 꿈이 있어요. 저 차갑게 서 있는 운명이란 벽 앞에 당당히 마주칠 수 있어요. 언젠가 그 벽을 넘고서 저 하늘을 높이 날 수 있어요.”(‘거위의 꿈’ 가사) 새해는 우리 모두 끊임없이 도전하는 한 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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