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민생 살리라는 與 초선의원 쓴소리

입력 2018-12-27 18:09  

배정철 정치부 기자 bjc@hankyung.com


[ 배정철 기자 ] 더불어민주당 ‘청책투어’가 열린 27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 당 지도부가 전국 12개 지역을 나눠 돌며 민생을 살핀 내용을 의원들에게 알리는 일종의 보고대회 자리였다. 최연소 최고위원인 김해영 의원이 연단에 섰다. 최근 부산의 조선기자재업체와 자동차 부품업체를 방문하고 돌아온 그는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상황을 조금 말씀드리면요”라고 운을 뗐다. 뒤늦게 이날 의원총회가 언론에 공개된 행사라는 것을 파악한 김 의원은 “그럼 조금 수정해서 말씀드리겠다”며 수위 조절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김 의원이 당 지도부와 의원들에게 전하는 부산·경남 지역 기업인들의 고충은 절박했다. 김 의원은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언어 소통에 문제가 있어 생산성이 낮은 데다 숙식도 따로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우리 근로자보다 높다”고 말했다. 또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최저임금 제외를 요청하는 기업인이 많았다”고 전했다. 외국인 차별을 금지하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에 비춰 볼 때 이 같은 발언이 현실성이 없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여당 초선 의원이 공개된 자리에서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고스란히 전달한 것은 예사롭게 볼 일이 아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탄력근로제 확대 논의 연기 등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내부에선 ‘정책 수정’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민주당 한 의원은 “친문(친문재인) 지지자들에게 찍힐 바에야 입을 닫는 게 낫다”고 말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의 동반 하락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지만 여당 내에서는 변화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탄핵 전 박근혜 정부의 모습을 그대로 쫓아가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득주도성장과 같은 정책을 한목소리로 응원했다 해도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오면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이런 과정 없이는 “청와대의 ‘거수기’ 노릇만 충실하게 수행했다”는 비판만 받다가 정권이 끝날 것이다. 이날 총회에 참석한 여권 관계자는 “여당이 정책을 수정할 기회를 놓치는 동안 유권자는 등을 돌리고 있다”고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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