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8병 나눠마시고 조종대에…진에어 조종사, 자격정지 90일 처분

입력 2018-12-28 10:15   수정 2018-12-28 13:33


진에어 조종사가 비행 전 실시한 음주단속에서 적발돼 자격정지 90일 처분을 받았다.

이 조종사는 전날 밤 지인 3명과 소주 8병을 나눠마시고 이른 아침 비행에 나섰다가 국토교통부 단속에 걸렸다.

국토교통부는 28일 항공분야 행정처분심의위원회를 열어 총 10건의 안건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국적 항공사 8곳에 과징금 총 38억4000만원, 조종사·정비사 등에 자격정지 총 345일 처분이 내려졌다.

심의위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오전 6시 30분께 청주공항 진에어 사무실에서 국토부 안전감독관이 실시한 음주 측정에서 부기장 A씨가 혈중알코올농도 기준치인 0.02% 이상에 해당하는 '불가'(Fail)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전날 청주에 도착한 뒤 오후 7시부터 11시 20분까지 지인 3명과 2차에 걸쳐 소주 8병을 나눠마셨다고 국토부에 진술했다. 단속이 없었다면, 오전 7시 25분 출발편 부기장으로 배정된 A씨가 조종석에 앉아 위험한 '음주 비행'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심의위는 조종사의 음주비행은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주는 행위라며 자격정지 처분을 기준(60일)보다 50% 상향해 90일로 정했다.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진에어에는 4억2000만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전날 늦은 시간까지 과음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당시 제대로 측정되지 않았다. 국토부 안전감독관이 음주측정기 조작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측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경찰이 사용하는 것과 같은 기종의 음주측정기를 사용하고 있는데, 2가지 모드를 지원한다. 보통 처음에는 '통과(Pass)/불가(Fail)' 식으로 측정되는 'P모드'로 단속을 하고, 음주 반응이 있으면 'A모드'(정밀모드)로 전환해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하는데, 기계 작동법을 잘 몰라 A모드로 측정하지 못한 것이다.

국토부는 해당 안전감독관에 대한 징계를 추진하고, 각 지방항공청에 안전감독관에 대한 교육을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제주항공 정비사도 지난달 1일 제주공항에 있는 제주항공 정비사무실에서 실시한 국토부 음주단속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34%로 적발됐다. 심의위는 이 정비사에게 자격정지 60일 처분을 내렸고, 제주항공에는 이 건으로 과징금 2억1000만원 처분했다.

제주항공은 지난 5월 15일 제주에서 김해로 가려던 항공기를 이동하면서 전방 바퀴 손상 사고를 낸 책임으로 과징금 3억원이 추가 부과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6∼8월 연료 지시계통의 반복적인 결함에도 이를 정비이월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탑재용 항공일지에 이를 기록하지 않아 과징금 6억원, 해당 정비사 2명에게 각각 자격정지 15일 처분이 내려졌다.

아시아나는 또 7월 9일 활주로를 달리던 항공기 타이어 압력이 감소해 결함 메시지가 표출됐지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운항해 과징금 6억원, 기장·부기장은 각각 자격정지 30일 처분을 받았다.

대한항공은 지난 8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공항을 이륙한 뒤 여압계통 이상을 일으켜 회항한 사건으로 과징금 6억원, 정비사 자격정지 30일 처분을 받았다.

티웨이항공은 8월 7일 인천공항에 착륙하던 항공기 후방 동체가 활주로에 접촉하는 사고를 내 과징금 6억원, 조종사 자격정지 30일에 처했다.

에어서울과 이스타항공은 각각 항공기 탑재서류 미탑재, 항공기 전방 바퀴 손상으로 과징금 3억원, 2억1000만원 처분을 받았고, 에어인천은 확인 정비사 자격기준 위반으로 정비사 자격정지 15일 처분을 받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항공기 안전운항 확보를 위해 현장 안전감독을 지속하고, 안전법령 위반에 대해서는 엄중히 처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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