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1년도 안돼 퇴진에 회사 안팎 각종 說 분분
[ 김재후 기자 ] 이정인 남양유업 대표이사(사진)가 취임한 지 1년도 안 돼 물러난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28일 “이 대표가 최근 일신상의 이유로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이달 31일까지 근무하고 퇴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다음달 1일부터 이 회사의 영업본부장과 경영지원본부장을 겸임하고 있는 이광범 상무가 새 대표 취임 때까지 대표직을 대행하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새 대표를 선임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주 갑질’ 사건이 불거지면서 소비자 불매 운동 등의 영향으로 실적이 크게 나빠졌다. 갑질 사건 직전해인 2012년 매출은 1조365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은 1조1669억원으로 2000억원가량 줄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637억원에서 50억원으로 급감했다.
남양유업은 이 같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창사 후 처음으로 올해 1월26일 외부 출신인 이 대표를 영입했다. 그는 1987년 안진회계법인에 입사해 기업 리스크자문본부장 및 위험관리본부장, 부대표 등을 지낸 위기관리 전문가다.
이 대표는 당시 취임사에서 “위기 극복을 위해 전 임직원이 합심해 변화를 시도하고 상생 기반의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만들어야 할 때”라며 “내부적으로는 수익성 기반의 책임경영 시스템을 구현하고, 대외적으로는 판매 협력조직과 상생을 이루는 고강도 경영혁신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 취임 후 남양유업의 수익성은 다소 개선됐다는 평이다. 올해 3분기까지 매출은 8049억원으로 1년 전보다 8%가량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49억7000만원으로 같은 기간 약 50% 늘었다. 4분기에도 비슷한 실적이 예상된다.
남양유업이 창사 후 처음으로 영입한 이 대표가 취임 1년도 안 돼 돌연 사퇴하면서 회사 안팎에서 여러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 대표가 중장기적으로 경영 환경과 체질을 개선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 전문가 출신으로 애초 식품 시장과 어울리지 않았다는 분석부터, 외부 출신으로 고강도 혁신을 추진하다 회사 내부의 반발에 부닥쳤다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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