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태풍' 檢 적폐수사 발목 잡나

입력 2018-12-30 18:21  

해 넘기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검찰 과거사委 활동

양승태 내달 중순께 공개 소환
前대법관 재영장 쉽지 않을 듯

특감반 '민간 사찰 의혹' 고발건
수사 속도에 따라 적폐수사 영향

"민생경제 어려운 상황인데
수사 장기화땐 역풍 맞을수도"



[ 박종서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가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올해 안에 조사를 마무리하겠다던 검찰 과거사위원회도 활동 기한을 연장해 검찰의 ‘적폐 청산’ 수사는 새해에도 이어지게 됐다. 그러나 장기간 이어지는 적폐 수사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청와대 특별감찰반 출신 김태우 수사관의 문재인 정부 민간인 사찰 주장이 불거져 검찰의 적폐 수사는 오히려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 내달 중순 이후에나 소환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양 전 대법원장의 소환 시기를 아직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보강 수사가 완료되지 않아서다. 양 전 대법원장 소환은 공개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지난 6월 수십 명의 검사를 투입해 수사에 들어갔지만 올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한 명을 구속하는 데 그쳤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정점에 있다는 양 전 대법원장은커녕 고영환·박병대 전 대법관을 구속하겠다는 뜻조차 이루지 못했다. 연내 수사를 마무리해서 혼란을 최소화했으면 좋겠다는 기대는 내년 2월까지만이라도 매듭을 지어줬으면 좋겠다는 주문으로 바뀌었다.

검찰은 조만간 두 전 대법관의 영장을 다시 청구할 움직임이지만 이번에도 구속 가능성은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검찰 안팎에서 나온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김 수사관 파문이 검찰 적폐 수사의 속도와 강도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한다. 검찰 감찰본부는 비밀엄수 의무 위반, 골프 접대, 인사 청탁 등을 이유로 김 수사관의 해임을 요구했지만 야당 등에서는 김 수사관을 내부고발자로 평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검찰은 청와대 특감반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사건에 이어 자유한국당이 추가로 고발한 공공기관 임원 동향 파악 의혹 사건을 서울동부지검에 배당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이 적폐 수사를 강하게 할수록 김 수사관이 제기한 문재인 정부의 흠집도 커보이게 마련”이라며 “수사팀이 이런 정치적 고려를 할지 모르겠지만 정권 차원에서 부담스러워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검찰 내 적폐 청산도 지지부진

검찰 수사는 아니지만 과거 검찰권 남용 의혹의 진상 규명을 위해 발족한 검찰 과거사위 활동도 내년까지 이어진다. 검찰 과거사위는 올해 2월6일 진상조사단 출범 이후 활동 기간을 두 차례 연장했고 ‘연내 조사 마무리’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지난 26일 활동 기한을 내년 2월5일로 늘렸다. 외압 논란과 조사팀 변경 등으로 용산참사, 낙동강변 2인조 살인 사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의혹 등의 조사가 차질을 빚으면서다.

법조계 관계자는 “내년에는 최근 대규모 압수수색을 벌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 사건 등까지 예고돼 있다”며 “민생경제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적폐 수사마저 장기화되면 우호적인 여론이 줄어들고 역풍이 불 개연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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