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군함 레이더 '몽니' 내부에서도 우려…"영상 공개가 자충수 됐다"

입력 2018-12-31 15:25  


해군 광개토대왕함의 일본 초계기 레이더 조사(照射) 갈등과 관련해 일본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가 공개한 영상이 자충수가 돼 오히려 한국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란 주장이 나왔다.

31일 오노 지로 전 참의원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정부가 공개한 동영상을 보고 우리쪽 주장보다 한국 측의 긴박한 상황이 잘 이해됐다"는 글을 남겼다. 그는 "북한 서박에 대해 작전행동 중인 한국 군함에 이유 없이 접근하는 건 극히 위험하고 경솔하다"면서 일본 초계기의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오노 전 의원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재직 중이던 지난 2001년부터 4년 4개월간 총리 비서관을 맡았던 인물이다. 경찰 출신인 그는 일본항공교육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오노 전 의원은 영상을 보고 2001년 일어난 아마미 괴선박사건의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다고 언급했다. 아마미 괴선박사건은 2001년 12월 일본 가고시마현 아마미 오시마 인근 동중국해에서 일본 순시선이 북한 간첩선으로 추정되는 괴선박과 교전해 침몰시킨 사건이다.

그는 "일본 해상보안청도 북한 선박에 접근할 때는 상대의 저항과 불의의 공격에 대해 위협사격 등의 준비를 게을리 하지 않고 접근하는 항공기의 경계도 강화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위대 호위함은 예측 불가 사태 발생을 피하기 위해 통상 괴선박에는 접근하지 않는다"며 "대의적은 배려로 긴급사태에 대한 대비 상황을 스스로 공표하거나 선전하는 것도 피한다"고 일본 정부의 영상 공개를 비판했다.

해상자위대 소장 출신인 이토 도시유키 가나자와공대 교수도 마이니치신문에 "조사를 뒷받침할 만한 경보음이 없어 증거로서 애매하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영상만으로는 모든 사람을 설득할 수 있을 정도가 아니다"라고 말한 방위성 담당자의 발언이 일본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광개토대왕함의 사격통제 레이더는 광범위한 탐색 목적인 탐색레이더(MW08)와 사격을 위해 표적에 빔을 쏴 거리를 계산하는 추적레이더(STIR)가 있다. 일본은 '조사'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광개토대왕함이 추적레이더를 통해 해상자위대의 초계기 P-1을 겨냥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 민간 전문가들은 당시 광개토대왕함이 P-1을 조사하지 않았을 뿐더러 오히려 일본 초계기의 저공비행이 광개토대왕함에 위협이 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해상자위대 P-1 초계기에서 촬영한 광개토대왕함의 동영상을 분석한 결과 레이더 경보음으로 추정되는 소음이 들리는 시점에 레이더의 방향은 P-1을 조사할 수 없는 위치였다"고 말했다.

광개토대왕함은 전후방에 2대의 추적레이더를 보유하고 있다. P-1에서 레이더 경보음이 울릴 당시 전방 추적레이더는 150도가량, 후방 추적레이더는 60도가량 초계기와 다른 방향을 보고 있었다는 게 류 연구위원의 분석 결과다.

류 연구위원은 "스티어 레이더를 제작한 탈레스사의 자료를 보면 레이더 빔의 폭이 1.4도 정도"라면서 "이를 고려하면 광개토대왕함에 추적레이더를 운용했더라도 P-1을 조사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군은 광개토대왕함이 빠르게 접근하는 일본 초계기 P-1을 식별하기 위해 영상 촬영용 광학카메라를 작동했지만 추적레이더 빔을 방사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P-1이 광개토대왕함의 탐색레이더 전자파 또는 북한 선박 구조활동을 함께 벌이던 우리 해경정 삼봉호의 켈빈 레이더 전자파를 추적레이더로 오인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광개토대왕함에 탑재된 화기가 P-1을 겨냥하지 않은 데다, P-1 역시 회피기동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본 정부가 공개한 동영상은 광개토대왕함이 추적레이더를 가동했다는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인도주의적 구조활동을 하던 광개토대왕함을 향해 위협비행을 한 사실이 명확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8일 한국 해군 광개토대왕함이 자국의 초계기에 레이더를 조사한 증거라며 13분 7초 분량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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