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줄이고 계약직 채용
일반직 직원 260%나 급증
"서비스質 낮춰 저소득층 피해"
조정 안되면 이달 중순 파업
준법투쟁·법무부 앞 시위 계획
공단 "변호사 매년 쏟아지는데 정년·고임금 보장해 줄 수 없어"
[ 안대규/이인혁 기자 ] 취약계층에 무료 법률 서비스를 지원하는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들이 이달 중순 첫 파업을 예고했다. 조상희 공단 이사장이 변호사를 비정규직(임기제)으로 채용키로 하고 비(非)변호사에게 법률 상담 업무와 일선 사무소장 권한을 주기로 하면서 소속 변호사들이 집단 반기를 든 것이다. 변호사와 일반직 간 처우 차별 문제로 설립 31년 만인 2018년 2월 첫 파업(일반직 노조)이 발생한 공단은 또다시 내홍에 휩싸이게 됐다. 지난 3월 국내 첫 변호사 노조로 출범한 공단 소속변호사 노조가 사상 처음 파업에 들어갈 경우 공단의 취약계층에 대한 법률 서비스 제공 업무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첫 변호사노조 사상 첫 파업 예고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단 소속 변호사 노조 측 변호사 88명은 지난 26일 사측(공단)을 상대로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20일간 조정기간을 거쳐 오는 1월15일까지 조정이 안 될 경우 노조는 찬반 투표를 거쳐 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최봉창 변호사노조 위원장은 “현재로선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파업 가능성이 높다”며 “하루 한 시간 준법투쟁이나 공단 주무부처인 법무부 앞 시위 등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노사 갈등은 조 이사장이 △비정규직(계약직) 변호사 채용 △비변호사의 사무소장 보직 허용 △비변호사의 법률상담 강화 등을 추진한 게 ‘화근’이 됐다. 공단은 2016년부터 변호사를 정규직으로 채용해 왔다. 하지만 2018년 6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인 조 이사장이 취임하면서 변호사 채용 방식 변경을 추진했다. 노조 측은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변호사가 어떻게 법률구조에 사명을 갖고 일하겠나”며 “계약직으로 채용된 변호사들은 ‘이직’만 생각할 것이고 법률구조 업무의 안정적인 수행이 어려워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공단 측은 “계약직이라기보다 5~15년의 임기제가 정확한 명칭”이라며 “한 해 1000명 이상의 변호사가 쏟아지고 있는 현재 법률시장 구조상 더 이상 변호사라는 이유만으로 정년과 고임금을 보장해줄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조 이사장과 법조계 갈등 심화
공단 측이 변호사가 아닌 직원에게 사무소장 보직을 개방하기로 한 것도 논란이다. 법무부는 이와 관련해 변호사법과 법률구조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공단 업무 자체가 사실상 법률사무소 성격을 갖는 만큼 ‘변호사가 아닌 자는 변호사를 고용해 법률사무소를 개설·운영해선 안 된다’는 변호사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공단 측은 “변호사가 아닌 자가 보직을 맡더라도 개별 소송에 개입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공단 측이 비변호사의 법률 상담을 강화한 것은 노조뿐만 아니라 진보 성향 변호사들의 반발도 사고 있다. 지난 14일 공단 관련 토론회에 참석한 양홍석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변호사)은 “비변호사에 의한 법률 상담은 불완전상담의 위험이 크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노조 측도 “공단 고객만족도 조사에서도 상담 부분에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고,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상담에 대한 불만 청원이 상당히 올라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단과 변호사노조 간 갈등은 조 이사장과 전체 법조계 간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2018년 10월 항의 성명을 발표했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변호사 모임인 한국법조인협회도 조만간 법무부와 고용노동부에 항의 공문을 보낼 예정이다. 김진우 법조인협회 사무총장(변호사)은 “현재 중위소득 125%(4인 가구 기준 월소득 564만9000원)까지 구조를 받을 수 있다”며 “공단의 구조 대상이 넓어지면서 사회적 약자나 극빈층에게 돌아가는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대규/이인혁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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