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만에 황금돼지 돌아온 己亥年…통일 초석 다지고 國格 높일 기회

입력 2018-12-31 16:29  

역학으로 본 2019

실리보다 명분 집착한 정치권
'진흙탕 싸움'에 국민들 혐오
경제도 어려운 시기 맞을 듯

관대·수용·중재 힘쓰면서 '측은지심 리더십' 발휘해야




2019년 기해(己亥)년은 돼지띠 해다. 이 돼지는 60년 만에 한 번꼴로 돌아오는 황금돼지다. 기해년의 천간(天干)인 기토(己土)가 음토(陰土)이며 황색이고, 지지(地支)인 해수(亥水)가 돼지를 상형하고 있는 데서 나온 말이다. 속설에 따르면 이 해에 태어난 아이는 재물복이 남다르다고 한다.

기해년의 천간은 기(己)이고 지지는 해(亥)이다. 천간은 하늘이며 체(體)로서 정신과 시간을 표상한다. 지지는 땅이며 용(用)으로서 물질과 공간을 나타낸다. 기해의 ‘己’는 여섯 번째 천간으로서 오행의 기틀이자 주재자다. 그래서 《설문해자》에서는 인체의 중간 부분인 복부를 상형한 것이 ‘己’라고 풀이했다. 갑골문에서는 ‘己’를 ‘주살의 끈’을 본뜬 것으로, 노끈의 구불구불한 모습을 나타낸 것으로 본다. 또 ‘己’에는 기록한다(紀), 일어난다(起)는 뜻도 내포돼 있다. 이렇게 이해한다면 2019년의 국운은 무술년보다 더 심란하고 번다(번거롭게 많다는 뜻)하게 흘러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적폐청산의 가속화와 관제·법제·법령 등의 정비나 개정 등으로 표출될 것이다. 많은 전·현직 공직자나 유명 인사들이 법정을 들락거릴까 걱정이 앞선다.

지지인 해(亥)의 본래 뜻은 돼지였다. 《설문해자》에서는 ‘亥’가 땅속의 풀뿌리 모양을 상형한 문자이며, 음양이 합쳐 씨를 맺는다는 뜻으로 설명한다. 이처럼 ‘亥’는 새 생명을 창조하는 ‘씨앗(核)’이라는 의미도 갖고 있다. 또 ‘亥’는 지지의 마지막 글자로서 새날을 맞기 위해 하늘의 문을 연다는 천문성(天門星), 이사·변동·원행(遠行) 등을 나타내는 역마살과 연관된 글자이기도 하다.

‘亥’의 지장간(支藏干·지지에 숨어 있는 천간의 기운)에는 천간 중에서 무토·갑목·임수의 세 가지 기운이 동시에 내포돼 있다. 이를 국제관계로 보자면 무토는 중국, 갑목은 한국, 임수는 러시아와 북한을 가리킨다. 올해에는 해수 안에 숨어 있는 갑목이 천간인 기토와 암합(暗合)하여 토(土)로 변하게 된다. 따라서 올해에는 이들 세 나라가 은밀하게 만나면서 매우 바쁘게 움직일 것 같다. 그런데 천간 기토가 지장간에 숨어 있는 갑목과 제대로 화합하기 위해서는 화(火)가 없으면 안 된다. 이때 ‘火’는 일본을 가리킨다. 그런 점에서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일 관계를 정상화하는 일은 문재인 정부의 급선무가 아닐 수 없다.

2019년 대한민국의 운세는 역마성을 타고 있어 매우 분주하고 활발하게 돌아갈 것 같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번갈아 도처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대형 교통사고, 항공기·선박사고를 비롯해 홍수·태풍·산사태·농작물 피해 등을 조심하고 방비해야 한다. 1959년 남부지방을 강타한 태풍 사라, 1899년 평안도 지방의 호우, 1179년 고려 명종 때 발생한 지진 등이 많은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천간 기토는 중정(中正)의 자리에서 사물의 정기를 모아서 감춰둔 음토로서 종결과 완성의 뜻을 내함하고 있다. 따라서 기토는 전체를 통합하고 포용하며 하나로 통일시켜 항구적으로 보존·유지시키려는 기운이 강하다. 기해년에는 이 기토가 내적으로 정관(正官)이 되는 갑목과 합하여 양토(陽土)로 변하게 되고 우리나라는 강한 관성(官星)의 지배를 받게 된다. 관성은 일간(日干)인 나를 제어하고 관리하는 기운으로서 공적 영역에 속한다. 구체적으로 국가·사회를 다스리는 법과 제도가 관성이다. 따라서 국가의 공권력은 지금보다 강화될 것이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이 분위기에 동승할 것 같다. 문재인 정부는 강한 공권력을 바탕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자유한국당 역시 강한 보수 성향을 등에 업고 ‘사생결단’식으로 정국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실리보다는 명분을 중시하는 진흙탕 싸움이 국민들의 정치 혐오를 초래할 것 같다.

기해년이 나쁜 일만 일어나는 해라고 할 수는 없다.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돼지의 해이고, 천간 기토와 지장간에 있는 갑목이 만나 중정(中正)의 합으로 나타나는 해이기 때문이다. 이 합은 포용력·중재력·정대함을 특징으로 한다. 그런 점에서 기해년은 지난날의 왜곡되고 감춰진 관행이나 비리를 바로잡아 국격을 한 단계 높이고 남북이 다 함께 기뻐하고 박수를 보내는 통일의 초석을 놓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위해 지금까지 고수해 온 ‘무토의 불도저 같은 리더십’과 ‘내로남불’의 행태를 청산하고 기토의 특성인 양육·수용·중재를 하면서 측은지심을 발휘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기해년 경제는 매우 어려운 시기를 보낼 것 같다. 많은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체가 도산하고, 그들의 벼랑 끝 절규가 시장을 가득 메울 것이다. 하지만 기토나 해수와 관련된 사업은 활성화되지 않을까 유추해 본다. 예컨대 예식업, 장례업, 미용업, 화장품업, 숙박업, 유흥업, 해외관광업, 해운업, 이사대행업, 도서·문구업, 교육·종교와 관련된 사업, 심리상담업, 무속·역술업 등이다.

한마디로 2019년에는 성장·팽창보다는 수렴(收斂)·중재·갈무리를 중시하는 기토의 정신이 별 탈 없이 드러나겠지만 국운은 매우 어렵고 답답할 것 같다. 한 나라의 운은 그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의 운과 함께 가기 때문이다.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의 운은 비운(否運·막혀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운수)이다. 《주역》으로 풀어보는 기해년의 운 또한 길(吉)하지 않다. 해가 져서 땅속으로 들어가 캄캄한 밤을 상징하고 있는 괘, 즉 지화명이괘(地火明夷卦)가 기해년의 운세다. 이 괘는 일몰 후 어둠이 지배하는 시기에 군자가 자신을 보전하고 정도(正道)를 지켜낼 방도에 관해 말하고 있다. 이를 괘사(卦辭)에서는 “아무리 어렵고 힘들더라도 바름을 지켜야 이롭다”고 언표하고 있다. 정도를 지키고 올바름을 잃지 않아야 난국을 돌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자신에게 엄격하고 남에게는 관대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수용하고, 중재하고, 관대함을 베푸는 토의 정신이다. 융통성·유연성·겸손함을 바탕으로 하는 수(水)의 특성이다. 문 대통령이 기해년에 배우고 익혀야 할 덕목이 바로 그것이다. 새해에는 덕을 두텁게 쌓아 여야를 다 포용하는 후덕재물(厚德載物)의 관대함과 스스로 굳세고자 쉬지 않고 노력하는 자강불식(自强不息)의 강인함이 대통령의 국정철학으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송인창 < 대전대 명예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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