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용석의 워싱턴인사이드] 미·중수교 40년, '차이메리카'에서 '그레이트 게임'으로

입력 2019-01-01 07:53   수정 2019-01-01 08:00

미국과 중국이 1월1일 수교 40년을 맞는다. 정부 차원의 기념식은 없다. 대신 ‘신냉전’이나 ‘냉전 2.0’ 같은 단어가 양국 관계를 규정하는 말로 회자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냉전시대 옛 소련 견제를 위해 당시 ‘적국’이던 상대방과 손을 잡았다. 2009년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선언했다. 그로부터 10년도 안돼 미국은 중국과 무역전쟁을 개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했다. 한 때 ‘차이메리카(차이나+아메리카, 공생)’로 불렸던 미·중관계는 ‘그레이트 게임(패권 경쟁)’ 양상을 띠고 있다.


미·중은 전방위에서 충돌하고 있다. 경제적으론 무역전쟁에 이어 미래 기술패권 경쟁이 벌어진고 있다. 미국은 중국 자본의 첨단기술 기업 인수를 제한하고, 화웨이(통신장비), 푸젠진화(반도체) 등 중국 대표기업의 손발을 묶고 있다. 하이테크 국가로 전환하기 위해 중국이 추진하는 ‘중국제조 2025’를 ‘기술 도둑질’이라고 비난하며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미·중 정상이 지난달 1일 ‘90일간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했고,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새해 직전 전화통화를 하며 화해 무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긴 했지만 양국간 갈등의 골을 단기간에 메우기는 쉽지 않다. 헨리 폴슨 전 미 재무장관은 “미·중갈등이 계속되면 두 나라 사이에 경제적 철의 장막이 드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중은 대외정책에서도 해외 팽창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와 중국 포위전략인 인도·태평양구상으로 맞서고 있다. 남중국해는 중국의 영유권 주장과 미국의 ‘항행의 자유작전’이 맞부딛히면서 ‘아시아의 화약고’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워싱턴 싱크탱크에선 ‘강대국 경쟁의 부활(the return of the great power competition)’이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2차대전 이후 체제와 이념이 다른 미국과 옛 소련이 경쟁했듯, 체제와 지향이 다른 미국과 중국이 세계 질서를 놓고 맞부딛히고 있다는 것이다. 라이언 하스 미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21세기 글로벌 패권경쟁에서 중국이 이기고 미국이 지고 있다는 생각이 미국의 (대결적인)중국 정책을 가속화시켰다”고 말했다. 시진핑 주석이 대외정책으로 조용히 때를 기다리는 ‘도광양회(韜光養晦)’ 대신 중국의 발언권을 요구하는 ‘분발유위(奮發有爲)’를 내세운 것도 미·중 갈등을 증폭시킨 요인이다.

미·중 패권전쟁에 주변국들은 점점 더 ‘미국이냐, 중국이냐’의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2017년 미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계기로 중국이 한국에 경제보복을 가한게 단적인 사례다. 국제정치학계에선 미국과 중국이 ‘투키디데스 함정(신흥 강대국과 패권국의 갈등으로 인한 전쟁 발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끊이지 않는다. 세계 1,2위 경제대국이 수교40년을 맞았지만, 세계 경제와 정치는 이전 어느 때보다 더 불안정해지고 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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