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GTX '크로스레일' 살펴보니…"역세권 편입지역 수혜"

입력 2019-01-01 17:09  

10년간 크로스레일 주변 집값
런던 집값 상승률 웃돌아



[ 양길성 기자 ] 국내에 처음 도입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주변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은 어느 정도일까. 전문가들이 주로 비교 사례로 꼽는 것이 영국 런던의 ‘크로스레일’이다. 수도권 외곽을 잇고 속도가 빠르다는 이유에서다.

크로스레일 사업은 런던 생활권 동서부를 가로지르는 광역급행철도 건설사업이다. 2009년 착공해 내년 말께 전 구간 개통한다. 이 노선은 서쪽 레딩 지역에서 출발해 히드로공항, 런던 도심을 지나 동쪽 셰필드까지 118㎞를 잇는다. 이 중 도심을 지나는 42㎞ 구간은 GTX처럼 지하 20~40m 대심도 지하터널로 건설한다. 정거장은 41개다.

속도가 강점이다. 지상구간은 최고 시속 160㎞, 지하구간은 100㎞로 운행한다. GTX 속도와 비슷하다. 런던 동서부 종점에서 중심지까지 45분 안에 닿는다. 런던시는 연간 2억 명이 이 노선을 이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역 개통에 따른 경제 이익은 420억파운드(약 60조원)로 추산된다.

현지 은행·리서치업체들은 지난 10년간 크로스레일 주변 집값이 런던의 평균 집값 상승률을 웃돌았다고 분석했다. 로이드뱅크가 2016년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크로스레일 주변 평균 집값은 2014년 34만4000파운드(약 4억9200만원)에서 2016년 42만1000파운드(약 6억원)로 2년 새 22% 상승했다. 런던의 평균 집값 상승률(14%)보다 8%포인트 높은 수치다. 지역별로 보면 아비우드역(동쪽 종점) 인근 집값은 같은 기간 47% 급등했다. 런던 중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레딩역(서쪽 종점) 주변도 23% 올랐다.

개통 시점이 다가올수록 가격은 더 올랐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 8년간 집값 상승률을 비교하면 크로스레일 주변이 50% 상승률을 기록해 런던 평균(58%)보다 낮았다. 그러나 2013년부터 2016년까지는 크로스레일 주변이 31% 오르며 런던 평균 상승률(24%)을 뛰어넘었다. 영국 리서치업체 GVA는 2021년까지 크로스레일 인근 주거 및 상업용 부동산 자산가치가 55억파운드(약 7조8664억원)가량 오를 것으로 분석했다.

GTX도 크로스레일과 비슷한 경제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GTX의 평균속도는 110㎞/h다. 일반 도시철도(30㎞/h)보다 네 배가량 빠르다. GTX-A노선이 개통되면 경기 고양 일산에서 서울 삼성동까지 이동 시간이 80분에서 20분으로 단축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 주요 업무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과 다중 역세권으로 재탄생하는 지역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긴 사업 기간이 변수다. 예산 확보가 어려워 공사 기간이 늘어나는 사례가 흔해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철도 사업은 절차가 복잡하고 변수가 많아 긴 시간이 걸려 계획대로 매년 예산을 어떻게 확보하는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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