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임금 등 각종 규제에 의욕 '뚝'
사기·활력 돋워야 경제성장 선순환
서승원 <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 >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천사 미카엘은 신의 명령을 거역한 죄로 인간 세상에 버려진다. 다시 하늘로 돌아가기 위해 미카엘은 신이 준 세 가지 질문에 답을 구해야 한다.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것’과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는 것’, 그리고 궁극적으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가 미카엘에게 주어진 질문이었다.
사람의 마음속에는 사랑이 있고, 사람에겐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를 아는 힘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미카엘은 소설 말미에 세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인 ‘사람은 사랑으로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다. 톨스토이는 소설을 통해 사람을 가장 사람답게 하는 의미 있는 것은 결국 ‘사랑’이라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럼 여기서 질문의 주체를 사람에서 기업으로 바꿔보자. 기업을 가장 기업답게 하고 기업을 살아가게 만드는 힘은 무엇일까. 여러 답이 나올 수 있겠지만 필자 머릿속에 떠오르는 기업인의 ‘사기’와 ‘활력’도 정답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30년 가까운 공직생활을 하면서 무수히 많은 기업인을 만났다. 기업 규모가 크고 작은 기업인들은 저마다 사업이 잘되거나 어려움을 겪는 등 다양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하지만 기업을 유지하고 버텨온 원동력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은 한결같았다. 바로 기업인으로서 ‘자신감’과 ‘자존심’이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자랑하는 ‘한강의 기적’도 전쟁으로 폐허가 된 좁은 땅덩어리에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존감 하나로 써내려온 신화였다. 국민들은 기업인들에게 칭찬과 존경스러운 시선을 보내며 사기를 북돋아줬다. 기업인들은 국민들 응원에 힘입어 도전하고 혁신하며 불과 반세기 만에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기적을 일궜다. 현대 경영학의 대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한때 이런 대한민국을 가리켜 “전 세계에서 가장 기업가정신이 충만한 나라”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였다.
안타깝게도 지금의 대한민국 기업인들에게서는 그때의 역동과 활력을 찾아보기 어렵다. ‘소득주도 성장’ 아래 추진되고 있는 생산성을 넘는 수준의 임금 급증 및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등 급격한 노동환경 변화와 각종 규제들은 기업의 투자 의욕을 떨어뜨리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팽배해진 반(反)기업 정서 속에 기업인들은 경영 의욕까지 상실해 가고 있다.
필자 역시 ‘저성장’과 ‘양극화’라는 우리 경제가 가진 구조적 문제들을 고려할 때 기존의 공급주도 성장에서 소득주도 성장으로의 큰 방향 전환은 옳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소득주도 성장도 성공을 위해서는 경제 주체인 기업을 경영하는 기업인들 ‘사기’부터 북돋아줘야 한다. 이는 기업의 성과 향상을 가져오고, 다시 근로자의 임금 상승과 소득수준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업인의 ‘사기주도 성장’이 국민의 소득주도 성장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되는 것이다
모두들 경제가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아무리 어려운 문제도 해답은 있기 마련이다. 우리 경제가 위기에 빠져 있는 지금 이 순간,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연금술은 기업인들의 사기와 활력이 있을 때 가능하다. 어느 날 천사 미카엘이 하늘에서 내려와 ‘기업은 무엇으로 사는 존재인지’ 물었을 때, 기업인의 사기와 활력이라고 대답한다면 우리는 천사의 미소를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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