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가 행복해야 여행자가 행복해집니다”

입력 2019-01-02 16:37  

[인터뷰] 오연주 AX 대표
영세 여행사를 위한 B2B 솔루션 만들어



“원래는 여행자를 위한 서비스를 만들려고 했어요. 막상 보니까 여행 업체가 제대로 서비스를 제공할 환경이 아니라는 게 눈에 보인 거예요.”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 마루 180에서 만난 오연주 액스(AX) 대표(사진·28)는 대학 때 온갖 여행지를 돌아다녔다. 비행기 표만 사서 떠난 때도 있었다. 현지인들이 말 그대로 먹여주고 재워줬다. 한국에선 기대하기 어려웠던 호의가 이해하기 어려워 왜 그러냐고 물었다. “연주, 너도 한국가면 여행자들에게 잘해줄 거잖아”라는 답이 돌아왔다.

가슴 한 구석에 남은 한 마디는 졸업할 때가 가까워오자 머리에 다시 떠올랐다. 여행자들을 위한 봉사단체를 만들었다. 봉사단체를 운영하면서 여행 업계의 현실을 알게 됐다. 좋은 액티비티(체험형 상품)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은 많았고 서비스를 원하는 수요도 넘쳤다.

그런데도 정작 액티비티 여행사들은 돈을 벌지 못했다. 상품 하나를 올릴 때마다 예약 관리, 정산과 같은 잡무들이 엄청났기 때문이다. 본업에 소홀해 생긴 손해를 감안하면 손에 쥐는 게 없다는 게 여행사들의 공통된 하소연이었다.

“아무리 간단한 데이투어 상품도 필수로 기입해야 할 항목들이 많아요. 판매 채널마다 양식도 다릅니다. 여기에 만약 가이드 미팅 장소가 달라지면 채널마다 다 수정해야 해요. 상품 올릴 때는 대부분 워드 파일로 작성해 메일 보내야 합니다. 또 채널마다 들어온 구매 내역을 기록하고 각각 바우처를 보내줘야 하고…이 엄청난 수작업을 해야 하는데 사람 대여섯 명인 영세업체들이 이걸 할까요?”

이런 고민에 빠진 업체들을 위한 솔루션을 내보인 게 액스다. 액스는 영세 여행사에 실시간 여행상품 퍼블리싱과 예약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B2B(기업 간 거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다. 액스의 웹·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액티비티 여행사들은 한 번에 여러 온라인 판매 채널에 상품을 등록할 수 있다. 예약 관리는 물론 정산과 고객 관리도 손쉽게 가능하다.

발목을 잡고 있던 일들을 대신 처리해주니 액티비티 여행사들의 매출이 눈에 띄게 올랐다. 오 대표는 “우리와 함께 하는 업체들은 질 좋은 액티비티 상품을 내놓아 능력이 충분히 있는데 시스템이 안 갖춰져 있던 ‘진흙 속 진주’들”이라며 “우리 솔루션을 쓰고 나서 매출이 10배 늘어난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엄청난 성과가 입소문나자 액스와 1년 사이 거래하는 업체 수는 100여 곳에서 220곳으로 늘고, 누적 거래액은 5억을 달성했다, 보유한 여행 상품은 350개에서 1200개로 늘었다. 액스의 직원도 3명에서 10명 이상으로 불어났다.



2017년 한 여행 스타트업 대표가 프랑스 액티비티 업체를 알아보라 한 권유에 액스가 시작됐다. 그 이후로 액스는 국내보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해외 여행 업체를 주로 상대했다. ‘누리다트립’에서 액스로 이름을 바꾼 것도 해외 관계자들이 회사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불법, 사기 여행 업체가 무궁무진한 가운데서 사고 없는 안전한 업체를 고르는 일, 그것도 해외 시장에서 해내는 일은 누구든 쉽게 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게 오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그 정도 솔루션 정도야 후발 주자도 쉽게 따라할 수 있지 않냐는 질문을 많이 들었다. 오 대표는 “액스의 차별점은 솔루션 자체가 아니라 솔루션을 만들어내기 위해 AX가 쌓아온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액스는 바로 솔루션 프로그램을 내놓지 않았다. 우선 수많은 여행 업체를 만나고, 채널에 상품을 공급하는 일을 하면서 데이터부터 차근차근 만들어 나갔다. 약 반 년 간 데이터를 누적하고 개발을 시작했더니 40일 만에 웹?앱이 완성됐다. 데이터뿐만이 아니다. 여기에 각 나라별 여행 관련 법까지 공부했다. 불법 업체를 걸러내기 위해서였다.

“프랑스에선 여행 가이드용 차량 자격증을 따고, 그 스티커를 붙여야 차량 가이드가 가능해요. 루브르라 오르세 미술관에서 자격증 없는 사람이 가이드를 제공하면 경찰이 여행자까지 묶어서 연행해가기도 하구요. 이런 거 안 지키는 불법 업체들이 허다해요. 그 중에서 제대로 운영하는 업체 찾으려 구글링하고, 재무제표 확인하고, 수천 개 리뷰 다 확인하고…”

오 대표는 “그래서 액스의 상품은 안전하다”고 반복했다. 액스를 통해 올라온 모든 상품에는 액티비티 여행사의 모든 자격증과 보험증, 사업자등록증이 올라간다. 작년 여름 불법 투어 업체가 사라져서 수백의 여행자가 가이드를 잃었을 때, 액스와 계약한 업체를 이용한 여행자들은 문제없이 액티비티를 즐겼다는 게 그의 자부심이다.

내년 액스의 영역은 더욱 넓어진다. 액스가 솔루션을 공급한 체험형 여행상품 1200개가 시장에 선보인다. 그는 “우리 솔루션으로 여행 상품 공급자들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되면 더 좋은 액티비티 상품을 내놓지 않겠냐”며 “앞으로 여행사와 여행자 모두 행복한 여행 생태계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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