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물업체 80% 적자인데
단가 올려달라 말도 못 꺼내
일본처럼 지역별·업종별
최저임금 차등화해야
[ 김낙훈 기자 ]
“지금은 중소기업 대표들이 삭발·단식에라도 나서야 할 판입니다. 가파른 최저임금 상승은 주물업체에 직격탄입니다. 상당수 주물업체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습니다.”
2일 서울 여의도 주물공업협동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서병문 이사장(75·사진)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만나는 주물업체 사장마다 최저임금이 이렇게 오르면 어떻게 공장을 돌리느냐고 하소연한다”며 최근의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뿌리산업을 근저에서 흔들고 있다는 얘기도 했다. 그는 “지금도 주물업체 80% 이상이 적자인데 단가를 올릴 수 없다”며 “중소기업이 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 등 발주업체도 경영이 어려워 단가 인하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단가 인상이라는 말조차 꺼내기 쉽지 않다고 했다.
과거 그는 대기업을 상대로 몇 차례 ‘집단행동(공동 조업중단 예고)’에 나서 단가 인상 요구를 관철하기도 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 이사장 가운데 강경파로 꼽힌다. 그런 그마저 대기업도 경영상황이 나쁘다는 점을 인정했다.
단체행동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서 이사장은 “최저임금이 2년 새 30% 가까이 오르면 이를 견딜 수 있는 업종은 거의 없다”며 “올 2월 말 중소기업중앙회 신임 집행부가 구성되면 중소업계는 함께 행동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했다. 삭발 단식이라도 하자는 얘기였다.
주물조합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최저임금은 2008년 3770원에서 2018년 7530원으로 10년 새 99.7% 올랐고 고철 선철 등 원부자재값도 많이 상승했지만 최근 5년간 주물업체 매출은 2012년 1조7347억원에서 2016년 1조1842억원으로 31.7% 줄었다.
그는 “임금체계 조정을 개별 기업이 알아서 하라고 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리 회사는 연 650%의 보너스를 지급하는데 보너스 지급 시기를 조정해 최저임금에 포함시키기도 어렵다”며 “근로자들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임금체계 조정을 기업 자율에 맡긴 건 너희끼리 알아서 싸우라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서 이사장은 “일본에서도 최저임금을 지역별·업종별로 차등화하는데 한국에서 이를 실현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냐”며 “서울과 시골의 물가 수준이 다른 만큼 최저임금도 차등 적용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주휴수당 폐지와 관련한 청와대 청원에도 조합원이 모두 동참하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했다.
이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까지 하게 되면 중소기업은 재앙 수준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내년 1월부터 300인 미만 사업장에도 주 52시간 근로제가 적용된다”며 “이렇게 되면 생산성이 24% 감소하고, 근로자 임금은 15~20% 줄어든다”고 말했다. 그는 “임금이 줄어들면 근로자들은 난리가 날 것”이라고 했다. 회사가 부족한 인원을 채우려면 고용 부담이 약 31%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을 기업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서 이사장은 1981년부터 비엠금속을 경영하고 있다. 자동차와 냉장고 부품 등을 주물로 생산한다. 주물조합이사장은 1997년부터 맡고 있다. 주물조합은 국내 주물업체 500여 개 중 45%에 달하는 224개사를 조합원으로 두고 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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