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수의 시사토크] 2019, 확 바뀌어야 산다

입력 2019-01-02 18:20  

문희수 경제교육연구소장


[ 문희수 기자 ] 사뭇 다른 새해 출발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위기는 기회”라며 의욕을 보였던 예전과는 달리 긴장감이 완연하다. 경제계에선 “이렇게 기업하기 힘든 적은 처음”이라며 고개를 젓는다.

국책·민간 경제연구소들도 하나같이 비상령을 울린다. 이미 경기동행지수는 경기 침체국면임을 알리고 있다. 투자, 고용, 성장률 등의 전망치 역시 하향세고, 수출마저 증가세 둔화가 뚜렷하다. 반도체를 포함한 산업 전망도 하락 반전을 경고하고 있다. 금융시장도 유례없이 큰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고 한다. 오죽하면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조차 “땀 흘리던 냄비 안 개구리가 이젠 화상을 입기 시작할 것”이라고 하소연한다.

대통령의 영(令)도 안 선다면…

위기감은 한국경제신문이 지난달 실시한 30대 그룹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대내외 경영환경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전망한 그룹은 25곳, “올해 투자와 고용을 지난해보다 늘리지 못할 것”이라는 곳도 22개나 됐다. “이제 제조업은 끝난 것 같다”는 한탄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중소·중견기업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지난달 한 자리에서 만난 중견 제조업체 최고경영자(CEO)는 “2018년 1년간 임금이 그냥 앉아서 20% 이상 늘었다”며 “필리핀 공장은 유지했지만 국내 지방 공장은 인력을 줄이라고 지시했다”고 개탄했다. 폐업 위기가 영세업체에서 중소기업들로 번져 간다는 보도까지 나온다. 생존 자체를 고민해야 할 지경이 돼 버린 현실이 무겁게 다가온다.

지난해 말 문재인 대통령이 달라진 것 같다는 뉴스가 크게 주목받은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문 대통령은 확대경제장관회의, 산업통상자원부 업무보고 등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보완 조치’를 주문하고 “산업정책이 없다는 비판에 뼈아픈 자성이 필요하다”며 민간 투자 확대,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 마련 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후 주휴시간을 기어이 포함시킨 최저임금 시행령 개정 등을 보면 달라진 게 전혀 없다. 여전히 말 따로 정책 따로다. 오히려 대통령 영(令)도 안 서는 것이냐는 불안감이 고개를 든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희망을

당장 투자부터 그렇다. 문 대통령은 각각 서울과 경기 용인에 투자하겠다는 현대자동차, SK 등의 프로젝트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그동안 이런저런 규제에 묶여 도통 진전이 없던 터다. 이런 투자를 범(汎)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겠다고 말만 하니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다. 정작 수도권 규제 완화는 없는 것이다. 포천, 연천 같은 경기 북부 지역은 경기 침체 속에서 인구까지 감소해 ‘수도권 역차별’을 호소하는 그 규제 말이다. 결국 그럴듯한 총론만 있을 뿐 각론이 없는 것이다. 지금도 규제 완화는 곧 대기업 특혜라고 말하는 인사들이 주요 라인에 포진해 있기에 더욱 그렇다.

전 세계적으로 다시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잘나가는 미국조차 그렇다. 더구나 한국의 경제 문제는 외부 요인보다 내부 요인 탓이 더 크다. 여기에 노동개혁은 뒷전으로 밀리고 대기업 노조의 기득권은 더 커져 청년들을 울린다. 이런 판에 대통령에게 실상이 제대로 보고되고 있는지 의구심이 점점 커지고, 그것도 모자라 대통령 말까지 안 먹히는 형국이다. 국정 시스템 문제라고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경제가 문제라면서 벌써 2020년 총선용 내각·청와대 개편설이 거론된다. 경제는 누가 어떻게 챙긴다는 것인가. 오죽하면 중국 정부가 하는 것을 따라 하기만 해도 좋겠다는 말까지 들린다. 확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2019년, 희망은 말이 아니라 행동에서 나온다.

m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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