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나의 R까기] 집값 떨어져도 조정대상지역, 아파트값 평균의 함정

입력 2019-01-03 07:32   수정 2019-01-03 10:31

경기 용인시 기흥·수지구, 수원시 팔달구 조정대상지역
"집값 떨어졌는데 규제라니"…지역 주민 반발 심해
일부 단지 급등, 평균 가격으로 왜곡




"집값 때문에 분당에서 용인으로 내려왔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조정대상지역은 누구나 이사오고 싶어하니까 집값이 올라서 지정된거죠? 저희 애들 다니는 초등학교 3반까지 밖에 없습니다", "남들 집값 오르는 거 부러워하면서 내 집 마련할 꿈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 마저도 어렵게 된건가요?"….

작년말 정부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와 수지구, 수원시 팔달구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 지정한 후 지역 주민들의 불만들이다. 수원·용인은 분당이나 광교에서의 집값 급등을 피해 이주한 주민들이 많다보니 이러한 하소연이 무리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대체 어디로 이사를 하라는 거냐'는 볼멘소리는 청와대 게시판까지 흔들었다. '조정대상지역 지정, 제대로 되고 있는 것인가요?'라는 게시판에는 청원한 인원이 7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경기도 동남권은 지하철과 각종 고속도로 등으로 강남 접근성 수월한 지역이다. 아파트들이 몰려 있는 이른바 '베드타운' 단지들이 많은 점도 닮아 있다. 강남에 직장을 둔 주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보니 성남-수원-용인 부동산 시장은 수급과 가격에 따라 유기적으로 변동을 하곤 한다. 시장의 상황이나 가격, 취향 등에 따라 수요들이 움직인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번 규제로 더 이상의 '퇴로'는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억울한 이유는 또 있다. 이번에 조정대상으로 포함된 기흥구는 서울로 통하는 일부 새 아파트와 단지들만 시세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벼룩 잡자고 초가삼간 다 태우냐'는 말들이 그래서 나온다. 기흥구는 면적이 81.6㎢에 달해 서울 강남구 면적(39.55 ㎢)의 두배 이상에 달한다. 그러나 인구는 강남구(53만명)에 비해 적은 43만명 정도다. 에버랜드, 한국민속촌을 비롯해 대학캠퍼스와 저수지들 등 녹지가 많고 인구밀도가 낮은 곳이다. 지역주민들은 기흥역세권 주변이나 GTX 역사 예정지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집값에 관심이 없는 편이다. 오히려 집값에 관심을 가지면 속상하다는 편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작년에 가장 관심을 모았던 지역은 기흥역세권이다. 기흥역세권 주변의 주상복합 아파트는 작년 2~3분기에 입주를 시작했다. 분당선·용인경전철 기흥역에 붙어 있는데다 GTX 예정지로도 1~2정거장만 가면 닿는 입지다. 분양 당시에는 미분양이기도 했지만 웃돈(프리미엄)이 붙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힐스테이트 기흥(전용 84㎡)은 지난해 9월 6억5000만원에 매매됐다. 분양이 집중됐던 2014~2015년과 비교하면 2억원 이상 뛴 수준이다.

실제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월간 상승률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것도 이 지역이다. 기흥구의 월간상승률은 지난 9월에는 1.47%, 10월에는 1.35%였다. 11월들어 0.93%로 상승률이 낮아졌지만, 3개월 단위로는 3.79%라는 통계가 나왔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6개월과 1년 단위 숫자다. 6개월 상승률은 5.20%, 1년은 5.90%다. 이는 하반기 상승률이 1년 상승률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얘기다. 이번에 조정대상지역으로 함께 지정된 수원시 팔달구는 6개월 상승률이 2.54%, 1년은 4.08%다. 용인 수지구는 6개월 5.00%, 1년은 7.97%다. 1년간 꾸준히 올랐던 패턴과는 다른 양상이다.

지역주민들이 '과열인 일부 단지만 자금출처를 조사하면 될 것 아니냐'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흥역세권에서 불과 2km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강남마을은 아예 사정이 다르다. 7단지 계룡리슈빌의 경우 지난 12월(전용 84㎡ 기준) 매매가가 2억6000만원 정도였다. 1년 전인 2017년 12월에 거래된 2억8000만원 보다 오히려 하락했다. 주변의 단지들도 비슷한 수준이다. 몇년 째 답보상태 내지는 약보합세를 기록하고 있다.

심지어 기흥구에서 경부고속도로 수원신갈IC 인근에 대규모로 지어진 몇몇 아파트들은 올해 입주를 앞두고 있다. 대규모 입주 물량 폭탄이 대기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 아파트는 역세권도 아닌데다 분양당시 미분양이었고, 현재도 분양가 밑으로 거래되는 이른바 '마이너스피(마피) 아파트'들이다. 타입이나 향에 따라 웃돈이 붙은 경우도 있지만, 일부에 불과하다. 지역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어리둥절한 상태다. 신갈동 상미마을 인근의 A공인중개사는 "불과 며칠사이에 상황이 급변했다"며 "입주를 앞두고 그나마 싼값에 전세로 들어오려는 분들 문의가 있었는데, 그마저도 끊겼다"고 말했다

정부의 지정 이유도 지역주민들에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국토부는 "기흥구는 인근 용인시 수지구의 상승영향과 교통(GTX-A, 동탄-인덕원선, 서울-세종) 및 개발호재(용인경제신도시 등)로 상승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규제로 집값 확대를 막겠다는 것인데, 이제는 더 이상 갈 데가 없다는 게 지역주민들의 얘기다.

성남시 분당구가 2017년 9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고, 광교신도시는 작년 8월 조정대상지역이 됐다. 광교에서 수지로 이제는 기흥구까지 확대됐다. 이번 지정까지 보태면 경기 동남권에서 1호선, 분당선, 신분당선 등 서울로 통하는 지하철이나 전철이 지나는 지역은 대부분 규제지역에 포함되는 셈이 됐다. 좀더 확대를 시켜 보자면 강남 출퇴근이 용이한 과천, 안양 동안구까지 규제지역이다. 강남으로 출퇴근 하지만 이런저런 여건상 경기도에 사는 주민들은 규제까지 떠앉게 됐다. 다시 한번 장거리 출퇴근을 감수하고 이사를 할지, 지역에서 먹거리를 만들어낼지 선택이 필요한 순간이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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