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난트 용건 지음 / 문경록 옮김 / 지식노마드 / 456쪽│2만원
온·오프라인 경계 사라지며 리테일 산업 패러다임 변화
O2O 형태로 이미 현실화
아마존·알리바바, 매장 확대
소비자 맞춤형 서비스 계획
레고의 영화·게임 제작 등 뭐든 파는 시대로 이끌기도
[ 윤정현 기자 ]
“온라인과 일상적인 삶의 차이가 점점 희미해져서 마침내는 두 영역의 구분이 사라지게 된다.”
이탈리아 철학자 루치아노 플로리디가 처음 사용한 ‘온라이프(onlife)’라는 용어의 의미다. 2012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설립한 디지털혁명 관련 싱크탱크의 의장을 맡은 그는 “앞으로는 이곳(아날로그, 오프라인)과 저곳(디지털, 온라인)이 합쳐져 하나의 온라이프 체험을 만들어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쇼핑의 종말》의 저자 바이난트 용건은 리테일산업에 미칠 변화를 중심으로 온라이프의 개념을 풀어낸다. 다소 도발적인 제목처럼 책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이동을 넘어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하나가 되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뜯어본다. 미래학자인 저자는 네덜란드 최초의 온라인 쇼핑 포털인 매크로폴리스를 설립해 최고경영자(CEO)를 지냈고 현재 유럽연합(EU) e커머스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10년 안에 온라이프 리테일로 완전히 넘어가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사업 현장의 경계가 무너지고 판매채널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통합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온·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의 형태로 일부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온라인에서 물건을 사고 집 주변 편한 곳에서 물건을 찾아가는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편의점뿐 아니라 주유소, 패스트푸드점, 동네 작은 가게들도 물품보관소가 될 수 있다. 알리바바와 아마존의 움직임에서도 변화의 방향을 짐작할 수 있다. 알리바바는 전자제품 소매업체인 쑤닝커머스그룹 지분을 인수했고 중국 200개 도시에 4700여 곳의 매장을 둔 유통업체 베일란그룹과 제휴했다.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은 “온라인 세계가 오프라인 세계와 통합되는 바로 그 지점에서 새로운 경제를 창조해내고 싶다”고 했다.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한 아마존은 오프라인에 더 많은 서점과 편의점을 열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물류 및 정보가 합쳐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엇이든 팔 수 있고 모두가 모두에게 파는 시대이기도 하다. 미국 최대 서점인 반스&노블은 약을 팔고 장난감회사 레고는 컴퓨터 게임을 개발하고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공유경제와 전자상거래는 기업 간 거래(B2B)와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를 넘어 소비자 간 거래(C2C), 소비자·기업 간 거래(C2B)라는 새로운 채널도 열었다.
저자는 이 같은 온라이프 시대의 기반은 스마트경제와 공유경제, 순환경제와 플랫폼경제라고 분석한다. 그는 “네 가지의 각기 다른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시너지 효과가 앞으로 커다란 사회·경제적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예고한다. 책은 네 가지 경제체제의 축을 중심으로 변화의 양상을 파악하고 숨어 있는 다양한 기회도 살펴본다. 새로운 소비자의 등장과 결제 방식, 배송과 더불어 고객서비스가 어떻게 진화해 가야 하는지, 온라이프 사회에서 노동시장이 어떻게 변하고 인재 전쟁의 양상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것인지에 대해서도 길잡이가 돼준다.
책은 리테일산업을 중심으로 온라이프라는 담론을 다루지만 이 흐름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대변혁의 일부라는 점에서 무겁게 다가온다. 저자는 대변혁의 시기는 “내년이나 다음주가 아니라 오늘, 심지어 바로 이 순간부터”라고 강조한다. 이에 맞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내놓지 못하고 낡은 수익모델 위에 디지털이라는 형식만 올려놓는다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이기도 하다.
저자는 기업을 경영하고 EU e커머스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산업 현장 관계자뿐 아니라 각국 정부 고위 관료들도 두루 만났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한 현실적인 분석과 대안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많은 내용을 담으려는 의욕이 넘쳐 전체적인 짜임새가 다소 산만해 보인다. 그럼에도 산업계뿐 아니라 국가와 정책 설계자, 교육계와 노동계가 온라이프 시대를 맞아 어떤 것을 고민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보게 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읽을 만하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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