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경 부회장 일선서 퇴진
이랜드재단 이사장 맡기로
책임경영체제·세대 교체 가속
최종양 이랜드리테일 부회장, 中 시장 '성공 안착' 주역
김일규 이랜드월드 부회장, 이대 앞 옷가게부터 동고동락
패션·외식부문선 3040 파격 승진
[ 민지혜 기자 ]
이랜드그룹이 3일 박성수 회장의 창업 초기 때부터 일해온 ‘창업공신’을 경영 전면에 내세우는 인사를 했다. 부사장을 부회장으로 두 단계나 파격 승진시켰고, 3040세대를 각 사업부 총괄 자리에 앉혔다.
박 회장 동생인 박성경 부회장은 부회장직을 내려놓고 이랜드재단 이사장을 맡는다. 창업주인 박 회장은 미래사업 발굴에 주력하기로 했다.
회사 함께 일군 창업공신 전면에
이랜드그룹이 이날 발표한 인사의 핵심은 창업공신이 전면에 나섰다는 점이다.
부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김일규 이랜드월드 대표는 1980년 박 회장이 이화여대 앞에서 ‘잉글랜드’라는 옷가게를 시작할 때 같은 교회에 다니던 후배였다. 김 부회장은 군 입대 전인 1982년 잉글랜드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고, 제대 후인 1984년 정식 입사했다. 김 부회장은 박 회장이 동대문에서 옷을 도매로 구입해 팔다가 처음으로 자체 디자인한 상품을 생산할 때 함께 옷 패턴 더미를 들쳐 메고 공장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1980년대 후반 중국에 들어가 생산공장을 물색하고, 사업 기반을 닦은 사람도 김 부회장이었다.
김 부회장은 이후 1996년부터 영국법인과 미국법인 대표를 맡았다. 해외법인 대표로 10여 년 근무하는 동안 만다리나덕, 코치넬리, 팔라디움, 케이스위스 등 이랜드그룹이 인수합병(M&A)한 브랜드를 키우는 데도 역할을 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그룹 지주회사인 이랜드월드 대표를 부회장으로 승진시킨 것은 김 부회장에 대한 박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최종양 이랜드리테일 대표도 대표적인 창업공신이다. 최 부회장은 이랜드그룹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유통부문을 총괄하게 된다.
그는 이랜드가 1994년 상하이에 지사를 설립할 때 앞장서 시장조사에 나선 인물이다. 2001년 이랜드중국 대표를 맡기 전 중국과 관련된 책 100권을 독파할 정도로 그룹 내에선 ‘중국통’으로 불린다. 대표를 맡은 뒤엔 6개월 동안 중국 전역을 마을 단위로 돌아다니며 지역별 생산공장과 유통망을 구축했다.
다른 패션업체가 중국에서 실패하고 돌아올 때 이랜드그룹이 생존해 사업을 확장할 기반을 닦았다는 게 내부 평가다.
젊은 리더에 변화와 혁신 맡겨
3040세대 젊은 리더 발탁도 주목할 부분이다. 최운식 이랜드월드 패션부문 대표(상무)는 올해 만 40세다. 자체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스파오’의 사업 본부장으로 스파오를 연매출 3200억대 브랜드로 키워낸 인물이다.
이랜드파크는 김현수 사장이 총괄한다. 김 사장은 1988년 이랜드에 입사해 아동사업, 리테일 본부장, 중국 전략기획실장, 중국 패션부문 대표, 이랜드파크 대표 등을 지냈다. 외식부문 대표엔 김완식 외식본부장이 선임됐다. 만 35세로 줄곧 외식부문에서 일해온 전문가다.
이랜드그룹은 뉴코아아울렛, NC백화점 등 총 50여 개 점포를 운영하는 이랜드리테일 사업부문 대표에 석창현 상무를, 상품부문 대표에 정성관 상무를 앉혔다. 이번 인사로 이랜드그룹은 ‘제2의 성장’을 추진할 기반을 다질 계획이다. 내년 창사 40주년을 앞두고 젊은 인재를 대거 발탁한 배경이다.
박 회장의 동생인 박성경 그룹 부회장은 이랜드재단 이사장을 맡아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집중하기로 했다. 다만 오너 경영인과 직접 소통하길 원하는 해외 사업 특성상 현지 파트너 기업과의 관계는 계속 박 이사장이 챙길 것으로 알려졌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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