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브라질 비용'

입력 2019-01-03 18:15  

김태철 논설위원


[ 김태철 기자 ] 브라질 사람들은 자기 나라 경제를 ‘닭의 날갯짓’에 비유하곤 한다. 아무리 퍼덕거려도 날아오르지 못하고 바둥거리기만 한다는 의미다. 브라질은 성장가도를 달리다가 고꾸라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서 일부 학자는 브라질을 ‘영원한 잠재력의 나라’라고 비아냥대기도 한다.

브라질 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는 복잡한 세제와 과도한 세금, 낙후된 인프라, 만연한 관료주의 등이 꼽힌다. 이른바 ‘브라질 비용(Brazil Cost)’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은 누더기 세제다. 과세 시스템이 연방정부와 주(州)정부, 시(市)정부 간에 얽히고설켜 복잡하기 짝이 없다. 기업이 부담하는 세금은 업종에 따라 80~90개에 이른다. 브라질 기업의 총이익 대비 실질 세금 비중은 69.2%(2015년 기준)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열악한 인프라는 오랜 골칫거리다. 철도 도로 항만 등 주요 사회간접자본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그나마 있는 것도 낙후됐다. 여기에 부패와 악명 높은 관료주의까지 가세한다. 세계은행의 ‘2017 기업환경평가’에서 브라질은 세계 최하위권인 123위였다. 툭하면 파업을 벌이는 강성 노조와 납치·살해가 빈번한 치안 불안 역시 브라질 비용을 높이는 요소다.

이웃 국가들도 나을 게 없다. 칠레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한 남미 국가 대부분이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 이들 국가는 좌파 정권 시절 외환위기를 맞았고,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에 시달렸다. ‘큰 정부’를 지향하는 좌파 세력이 장기간 남미를 지배하면서 각종 규제와 선심성 복지정책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경제가 거덜 나면서 좌파 정권은 하나씩 무너졌지만, ‘공짜’에 중독된 국민은 복지 축소 등 개혁에는 반발하고 있다. 포퓰리즘의 유혹은 이처럼 떨치기 어렵다.

15년 좌파 정권을 종식시킨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그제 취임 일성으로 “‘마르크스주의 쓰레기’와 싸우겠다”며 ‘사회주의와 비대한 정부로부터의 해방’을 선언했다. 또 “관료주의와 규제를 개혁해 기업을 억압하는 브라질 비용을 없애겠다”고 했다. 그는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릴 만큼 극우 성향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친기업·친시장 개혁으로 브라질 경제를 되살릴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보우소나루 앞에는 연금개혁, 복지 축소 등 만만치 않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좌파 정권의 거듭된 경제 실정에 신물이 난 국민이 그를 선택하긴 했지만, 개혁 성과가 조기에 나타나지 않으면 언제까지 인내심을 발휘할지 알 수 없다. 국제 사회에서는 ‘브라질 비용’을 어떻게 줄이느냐에 따라 보우소나루 정권의 운명이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브라질 경제가 닭의 날갯짓을 접고 ‘새의 날갯짓’으로 비상할지 주목된다.

synerg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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