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 블루오리진의 '스타워즈'…NASA 뺨치는 민간 우주기업들

입력 2019-01-04 17:38  

과학 이야기

'화성 도시' 경쟁하는 일론 머스크와 제프 베이조스

스페이스X '지구 최강 로켓' 제작
1천번 사용 가능하게 R&D 박차
화성에 100만명 거주 도시 꿈꿔

블루오리진, 록히드마틴 등과 협업
재활용 특화 뉴글렌로켓 개발 중
유럽 에어버스와 '문레이스' 개최



[ 윤희은 기자 ] 지난해 2월.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 39번 발사대. 하늘 위로 육중한 덩치를 자랑하는 로켓 ‘팰컨 헤비’가 솟아올랐다. 팰컨 헤비는 지구상 가장 강력한 로켓으로 27개 엔진을 장착했다. 제트 여객기 18대를 합쳐놓은 것과 맞먹는 힘을 낸다.

팰컨 헤비를 개발한 곳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아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이 로켓의 주인이다. 팰컨 헤비는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진두지휘하는 ‘화성 프로젝트’의 시발점이다. 로켓 발사를 시작으로 차근차근 우주 프로젝트를 진행해 화성에 사람이 살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게 머스크 CEO의 꿈이다.


머스크 “화성에 도시 건설”

NASA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우주산업에 민간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다. 우후죽순 늘어나는 민간 우주기업의 중심에는 두 개의 대표 기업이 있다. 캘리포니아주에 본사를 둔 스페이스X와 미국 워싱턴주에 본사가 있는 블루오리진이다.

스페이스X는 테슬라모터스 CEO인 머스크가 2002년 설립했다. 당시 온라인결제기업 페이팔 지분을 매각한 자금이 기반이 됐다. 오래전부터 화성 탐사 꿈을 꿔온 머스크는 “우주산업을 반드시 NASA와 같은 국가기관이 할 필요가 없다”며 스페이스X를 설립했다.

NASA는 스페이스X의 도전을 환영했다. 민간 우주기업의 출현을 국세 낭비 논란에서 벗어날 기회라고 판단했다. NASA는 2006년 8월 스페이스X와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화물을 운송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28억달러(약 3조1400억원)를 지원했다.

NASA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스페이스X가 자리잡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자체적으로 발사체를 개발하는 데 턱없이 많은 돈이 들었고, 성과는 좀처럼 나지 않았다. 막대한 자금을 들여 개발한 로켓 팰컨은 네 차례나 궤도 진입에 실패했다. 2008년엔 파산 위기에까지 내몰렸다.

스페이스X를 수렁에서 건진 건 역시 NASA였다. 그해 말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NASA는 머스크 CEO에게 15억달러(약 1조6800억원) 규모의 우주산업 계약 체결을 알려왔다. 당시 머스크는 NASA에 “정말 사랑한다”고 답했다.

위기를 거친 스페이스X는 성공 사례를 늘려갔다. 2012년 세계 최초의 상용 우주선을 발사해 ISS에 도킹시켰다. 2015년 12월엔 팰컨9 로켓으로 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킨 뒤 로켓을 그대로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달에는 팰컨9의 최종 버전인 블록5를 세 번째로 재발사했고, 1단 로켓을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사상 최초로 같은 로켓을 세 번이나 재활용한 사례다. 그만큼 비용을 절약했다. 당시 팰컨9 로켓에는 한국의 차세대 소형위성 1호도 탑재돼 있었다.

머스크 CEO의 궁극적인 목표는 50~150년 안에 최소 100만 명이 거주하는 도시를 화성에 조성하는 것이다. 이 목표를 이루려면 비행기처럼 수십 년 쓸 수 있는 우주선이 필수다. 로켓을 매번 새로 만드는 방식으로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서다. 스페이스X가 연구개발(R&D) 목표를 ‘1000번을 다시 쓸 수 있는 로켓’으로 잡은 배경이다.

베이조스 “우주산업은 오랜 꿈”

스페이스X의 최대 경쟁사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가 2000년 설립한 블루오리진이다. 블루오리진에서 베이조스 CEO가 가진 직함은 없다. 하지만 회사에 대한 애정만큼은 머스크 CEO에 뒤지지 않는다. 2017년엔 개인 보유 주식을 팔아 마련한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블루오리진에 투자하기도 했다.

화성에 유인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꿈도 머스크 CEO와 똑같다. 그가 우주에 수백만 명이 거주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처음 선언한 것은 고등학교 졸업연설 때였다. 베이조스는 미국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우주산업은 어린 시절부터 품어온 오랜 꿈”이라며 “지금은 (적자가 나더라도) 미래를 위한 기반을 다져두는 단계”라고 말했다.

블루오리진의 생존방식은 스페이스X와 사뭇 다르다. 스페이스X가 NASA와의 계약을 통해 성장했다면 블루오리진은 다른 민간업체들과 적극 손잡는 방식을 택했다. 미국 록히드마틴과 보잉 등 다른 민간 기업들에 로켓을 판매하고 있다. 올해에는 유럽의 에어버스와 공동으로 달 탐사 경연대회인 ‘문레이스(Moon Race)’를 연다.

블루오리진 역시 로켓 회수를 가장 큰 과제로 삼고 있다. 2015년 11월 로켓과 우주선을 통째로 재활용하는 실험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스페이스X보다 1개월가량 빨랐다. 현재는 재활용에 특화된 뉴글렌로켓을 개발 중이다. 2020년 출시해 스페이스X의 팰컨 시리즈와 경쟁할 계획이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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