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신 전 사무관이 유서를 남기고 잠적했다가 발견된 뒤에도 비난은 멈추지 않았다. 손혜원 의원은 “본인 행동에 책임질 만한 강단이 없는 사람”이라고 재차 폄하했다. 이런 독설은 김태우 수사관이 민간인 사찰 등을 폭로한 데 대해 청와대가 ‘미꾸라지’ 운운하며 발끈했던 것을 연상시킨다. 메시지가 아니라 메신저를 공격하는 행태와 함께, 발언 내용의 품위를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신 전 사무관이 폭로한 내용들은 보는 각도에 따라 논쟁 여지가 없지 않다. 하지만 젊은 엘리트 공무원이 전도양양한 장래를 포기한 채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고 고발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경청할 책무가 있다. 2년 전 국정농단 사태 때 내부고발자인 고영태, 노승일 등을 ‘의인’으로 지칭하고 신변보호를 주장한 게 지금의 여당 의원들이다. 당시 표창원 의원은 “공무원은 불법이나 부당한 지시에 따르지 않고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고도 했다.
‘공익제보자 보호 강화’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고,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시킨 핵심 정책방향이다. 그토록 중시해 온 내부고발이 정권에 유리하면 보호대상이고, 불리하면 ‘망둥이’ 등 인격 살인을 해도 되는 것인가.
제보자 직급이 5~6급으로 낮아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폄하하는 것도 어불성설이자 궤변이다. 중요한 것은 폭로의 진실성이지, 제보자 직위나 직급일 수 없다. 과거 보안사의 민간인 사찰을 폭로한 건 군의 최하급인 이병이었고, 군 부재자투표 부정 실태를 드러낸 것도 중위였다. 진정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면 누구든 용기를 내 내부고발에 나섰을 때 보호해주고,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