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측과 주총서 표대결
한진칼 감사위 설치 '험난'
[ 김익환 기자 ] ▶마켓인사이트 1월4일 오후 4시35분
행동주의 사모펀드 케이씨지아이(KCGI)가 한진그룹의 지주회사 한진칼과 물류 계열사 한진의 2대주주에 오르면서 이들 회사의 감사 자리를 노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한진그룹 측과의 표대결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CGI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진칼과 한진 지분 10.81%, 8.03%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KCGI는 3월 열리는 두 회사의 정기 주총에서 감사 선임을 통해 이사회 진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3월이면 한진칼은 윤종호, 한진은 이근희 상근감사의 임기가 끝난다.
감사 선임 과정에서 대주주 지분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 것이 KCGI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KCGI와 한진그룹이 같은 3% 의결권으로 표대결을 벌이기 때문에 KCGI가 열세를 만회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한진에서 KCGI가 감사 자리를 확보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진은 한진그룹 및 특수관계인이 지분 33.13%를 보유 중이다. 국민연금(7.41%), 쿼드자산운용(6.49%), 조선내화(1.53%) 등도 주주다.
조선내화는 KCGI 펀드 출자자인 만큼 KCGI 편에 설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 등도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를 앞세우고 있어 KCGI에 우호적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한진칼 감사 자리 대결에서는 누가 이길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한진칼은 이번 주총에서 KCGI의 감사 선임을 저지하기 위해 상근감사 자리를 없애고, 감사위원회 설치를 추진한다. 상근감사는 최대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되지만 감사위원회의 감사는 사외이사 가운데서 선임해 ‘3% 룰’에서 자유롭다. 한진그룹 특수관계인의 한진칼 지분(28.7%)을 오롯이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한진칼이 감사위원회를 설치하려면 3월 정기 주총에서 정관에 감사위원회 설치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 정관 변경은 특별결의 사항이어서 주총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과 총 주식의 3분의 1 이상 찬성표를 확보해야 한다.
한진칼 최대주주인 조양호 회장 및 특수관계인 지분은 물론 추가로 18.0~24.6% 찬성표를 확보해야 승기를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찬성표를 한진그룹이 획득하지 못하면 이번 주총에서 상근감사 제도가 존속돼 KCGI에 유리해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한진그룹과 KCGI가 주총 표대결 전에 합의를 볼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KCGI가 한진그룹 경영 감시 및 견제자 역할에 머무를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주주친화책이 나오면 합의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KCGI는 조만간 한진그룹에 대한 입장과 요구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한진 주가는 KCGI의 지분 매입 소식에도 8.04% 하락한 4만69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한진칼은 0.68% 올랐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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