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6개州, 최저임금 10% 넘게 올렸더니 신규 고용 줄었다"

입력 2019-01-06 18:00   수정 2019-01-07 09:58

2019 미국경제학회

앤킷 캘다 인디애나대 교수 분석



[ 김현석 기자 ] 미국에서 최저임금이 10% 이상 올랐을 때의 영향을 연구한 결과, 저임금 근로자의 신규 고용이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제조업 기업들이 자동화 투자를 서두르면서 최저임금 수준의 근로자 신규 채용은 상당수 줄어들었다. 반면 자동화 설비를 관리하기 위한 기술직 근로자만 일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이 신규 청년 고용 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다.

앤킷 캘다 미국 인디애나대 경영대학원 교수(사진)는 5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미국경제학회(AEA)에서 발표한 ‘각 주(州)의 최저임금 인상과 고용-시간제 근로자 100만 명에 대한 분석’ 논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캘다 교수는 2014~2015년 최소 10% 이상 최저임금을 올린 캘리포니아, 매사추세츠, 미시간 등 6개 주의 339개 기업에 근무하는 시간제 근로자 100만 명의 임금(신용평가회사 에퀴팍스 자료)을 토대로 조사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 전 12개월과 인상 후 12개월로 나눠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및 근무시간 등에 미친 영향을 추적했다. 조사 대상은 주로 시간제 근로자 고용이 많은 대기업이었다. 이들 기업에선 평균 1784명의 직원 가운데 최저임금 대상자가 735명 수준이었다.

조사 결과 기존 최저임금 노동자(조사 대상 중 72만7000명)의 고용 상태나 월별 근무시간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이들은 최저임금이 오른 만큼 임금이 인상되는 혜택을 누렸다. 기존 최저임금보다 시간당 1~5달러를 더 받던 차상위 노동자(조사 대상 중 27만3000명)는 임금 상승 혜택을 거의 보지 못했다. 캘다 교수는 “기업들은 최저임금 대상 노동자를 해고하지는 않았지만, 이들에게 주던 각종 복지혜택이나 교육 등을 줄여 노동비용을 낮췄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최저임금 수준의 근로자 신규 고용은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주에서 시간당 10달러 미만을 벌어들이던 노동자 수는 최저임금을 인상한 지 12개월이 지나자 5%가량 감소했다. 기존 근로자를 해고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대신 이들이 사직했을 때 신규 고용을 하지 않거나 저임금 대상자가 많은 지점과 점포를 없애는 방법으로 고용을 줄였다. 캘다 교수는 “최저임금을 10% 올린 뒤 1년 정도 지나면 전체 최저임금 대상자 수가 5%가량 줄어든 것으로 추산됐다”고 말했다.

산업별로 나눠보면 조사 대상 23개 산업 가운데 비교역재(non-tradable goods)를 다루는 서비스업 기업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정적 효과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교역재(tradable goods)를 만드는 제조업에서는 고용 감소 효과가 컸다. 또 이들 산업에서는 최저임금 대상 근로자를 약간 숙련도가 높은 근로자로 대체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최저임금 대상이 아닌 근로자가 1년 동안 2.1% 증가했다. 자동화를 이루면서 이를 다루기 위한 숙련 기술자를 쓰는 것으로 추정됐다.

캘다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효과는 노동시장 상황과 최저임금 상승폭, 대상 기업의 규모 및 산업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고 결론을 냈다.

조사가 이뤄진 2013~2016년은 미국 경제의 경기 확장세가 이어지면서 실업률이 크게 낮아지던 시기였다. 고용이 대폭 늘고 해고가 많지 않았다. 또 이 조사에 포함된 기업들은 대부분 재정상황이 나은 대기업이었다. 캘다 교수는 “중소기업은 고용을 더 줄였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연구의 한계를 설명했다.

애틀랜타=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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