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한 놈만 패기'서 전환
민간사찰·국채·KBS 수신료 등
대여투쟁 4개 전선으로 확대
한국당 일각 "역량 분산" 우려
[ 박종필 기자 ] 자유한국당이 나경원 원내대표(사진) 체제가 들어선 뒤 주요 사안마다 목소리를 높이며 전선(戰線)을 확대하고 있다. 김성태 전임 원내대표가 ‘한 놈 패기’ 식으로 핵심 이슈에 집중한 것과 달리, 나 원내대표는 동시에 여러 이슈를 공략하는 ‘보는 대로 패기’ 식의 대여(對與) 투쟁 전략을 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혀 다른 색깔의 대여 투쟁 전략을 두고 당내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달 12일 취임한 뒤 △적자국채 발행 과정에서의 청와대 외압설 △KBS 수신료 △최저임금 인상 등 경제 현안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 등 4개 전선을 구축, 정부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 4일에는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와 관련한 ‘나라살림조작 사건 진상조사단’을 꾸렸다. 같은 날 편파방송을 이유로 KBS와의 전면전을 선포하고 ‘KBS 헌법 파괴 저지 및 수신료 분리징수 특위’(위원장 박대출 의원)를 구성했다. 전기요금에 포함돼 있는 KBS 수신료의 분리 징수를 주장하며 나 원내대표는 다음날인 5일 직접 페이스북에 ‘KBS 수신료를 거부합니다’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지난달 28일에는 소상공인연합회 등을 초청해 ‘경제비상상황선언회의’를 열어 최저임금 인상 문제를 제기했다. 31일에는 청와대를 대상으로 한 국회 운영위원회를 개최해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파고들었다.
이 같은 나 원내대표의 행보는 직전 원내사령탑이던 김성태 의원과 전혀 다른 스타일이라는 게 당 내부의 평가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초 원내대표 취임 직후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특사 파견 문제를 집중 파고들었다.
이후 그의 투쟁 전선은 5월 ‘드루킹(인터넷 포털 댓글조작) 의혹’으로 옮겨갔다. 특검 도입을 위해 단식까지 벌였다. 이후 10월 국정감사 때는 서울교통공사 채용 비리를 캤고, 연말에는 한국재정정보원의 ‘재정지출 문건’과 싸웠다. 시기별로 1개의 이슈에 집중하며 김 의원 스스로 밝힌 ‘한 놈만 패기’ 전략을 유지했다. 이 때문에 당내 일각에서는 동시다발적 외부 전선을 구축하는 나 원내대표의 전략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말 조국 민정수석까지 출석시켜 청와대를 겨냥한 국회 운영위원회를 열었지만 결정적 ‘한 방’이 없었다”며 “당의 역량은 제한적인데 여러 이슈를 손에 움켜쥐려다가 하나도 못 쥐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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