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정 협력사 탓에 납품 늦어졌는데 '벌금 폭탄'…방산업계 "감면해달라"

입력 2019-01-06 18:18  

주먹구구식 부과 개선 요구

무기 연구개발 같은 특수 경우도
단순 납품 지연과 부과율 똑같아



[ 박상용 기자 ] 방위사업청의 과도한 지체상금(납품 지연 배상금) 부과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방산업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백억원, 수천억원에 달하는 지체상금이 방산업체의 실적을 악화시키는 주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어서다. 급기야 방산업체 모임인 한국방위산업진흥회는 관련 법 개정을 요구하는 정책 건의서를 마련해 방사청에 전달하기로 했다.

6일 방진회에 따르면 해당 건의서는 조인형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 변호사의 ‘무기체계 연구개발사업에 대한 계약 사후관리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를 토대로 작성됐다. 국방 분야 전문인 조 변호사는 “일률적인 지체상금 부과로 경영 전반에 타격을 입는 업체가 적지 않다”며 “예컨대 현대로템은 정부가 지정한 협력업체의 부품 조달이 늦어져 납품이 지연됐는데도 1000억원 넘는 지체상금이 부과됐다”고 지적했다.

방진회는 건의서에서 지체상금 감면이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법을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위사업관리규정 제367조 제1항은 일정한 사유가 있으면 해당 일수만큼 지체상금을 면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천재지변, 정부 시책 등으로 제조가 중단되거나 해외에서 공급되는 부품의 납품이 늦어질 때 등이다.

하지만 이는 의무가 아니라 재량 사항으로 규정돼 있어 담당 공무원이 지체상금 감면에 소극적이라는 분석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공무원으로서는 수백억원, 수천억원에 달하는 지체상금을 재량적으로 판단해 면제 여부를 결정하는 게 부담스럽지 않겠느냐”며 “업체와의 유착 의혹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일단 지체상금을 부과한 뒤 업체가 부당하다고 소송을 걸면 재판에서 해결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방진회는 방산기업이 요청하면 손해사정사 등 제3자를 투입해 과실 비율을 따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방사청이 반드시 지체상금 감면 절차를 진행하도록 감면 규정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일률적인 지체상금 부과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75조에 따라 방산업체가 개발하는 무기는 정부에 납품하는 일반 물품과 동일하게 하루에 계약액의 0.075%만큼 지체상금이 부과된다. 일반적인 물품에 비해 무기체계 연구개발은 난도와 실패 가능성이 훨씬 높은데도 동일한 지체상금률을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이다.

주요 방산기업은 지체상금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통영함 납기 지연으로 1000억원대 지체상금을 부과받았다. 총기 제작업체인 S&T모티브도 복합소총 K-11과 관련한 지체상금(1000억원) 문제로 속앓이하고 있다.

방산업체의 실적은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방진회에 따르면 93개 방산 지정 업체의 2017년 방산부문 매출은 12조7611억원으로 전년보다 13.9% 감소했다. 방진회가 회원사의 방산부문 경영실적을 취합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3년 이후 전체 매출이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원사들의 총 영업이익도 2014년 5352억원에서 2017년 602억원으로 급감했다. 2017년 방위산업의 영업이익률은 0.5%로 같은 해 제조업 평균(7.6%)을 한참 밑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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