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휘 정치부 기자) “한 번도 뵌 적이 없는 분인데…” 조세영 국립외교원장은 6일 아침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의 발언을 보고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문 특보가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과의 대담에서 국립외교원과 조 원장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며, 정부 차원에서도 미국 핵우산 철수에 관한 연구 작업이 진행 중임을 밝혔기 때문이다.
국립외교원은 정부의 외교정책 연구기관이다. 전문 외교관 양성 기능도 갖고 있는 외교부 직속 조직이다. 통일연구원이 정부의 통일정책과 관련한 연구를 수행하면서도 통일부에 직속되지 않은 독립 산하 기관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국립외교원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조 원장은 취임 한 지 약 3개월 정도 됐다.
문 특보는 ‘한반도 비핵화지대’라는 개념을 설명하면서 국립외교원의 연구 내용을 거론했다. 북한이 비핵화를 이루면 향후 동북아 평화를 담보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데, 이와 관련한 다양한 연구가 필요하고, 국립외교원을 중심으로 미리 준비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문 특보는 “핵우산 철수가 의외로 쉬운 과제일 수 있다”며 “미·북이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국교를 정상화하며, 심지어 군사적 협력관계가 되면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핵을 보유한 한반도 주변의 미·중·일 3국이 한반도에 핵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 한반도 및 동북아 비핵지대화가 완성된다는 논리다.
조 원장은 이에 대해 “외교부 한반도교섭본부가 대북 정책에 관한 현안에 집중한다면, 국립외교원은 미래 연구 과제를 다루는 곳”이라고 말했다. 북한 비핵화 이후에 반드시 찾아올 동북아 평화를 위한 새로운 안보질서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건축 설계도를 그리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핵보유국 3국과 비핵보유국 3국간의 공존 해법이 필요하다는 점에선 문 특보와 의견을 같이했다. 약간의 ‘뉘앙스’ 차이도 있었다. 조 원장은 “북한 비핵화가 이뤄지더라도 한국으로선 미군의 핵우산을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문제는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려하지 않을텐데 이 같은 모순적인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 지가 우리의 연구 과제”라고 했다.
이날 문 특보가 왜 국립외교원까지 거론하며 핵우산 철수 필요성을 언급한 지에 대해선 논란이 분분하다. 과거 6자회담에서 한국측 수석대표를 맡았던 송 전 장관의 공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나온 말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문 특보가 새로운 논쟁 전선을 만들기 위한 의도적인 언급으로 보고 있다. 양자회담 중심으로 진행됐던 지난해 남북, 미·북 협상이 다자회담의 틀로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도 해석된다.(끝)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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