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發 중국 '고용 한파'…3개월 된 신입까지 무더기 해고

입력 2019-01-07 17:42  

중국 최대 의료장비업체
무역전쟁 여파 기업실적 급감
명문대생 포함 채용 절반 취소

美 타깃 첨단기술·바이오 직격탄
대졸자는 점점 늘어 구직난 가중



[ 강동균 기자 ] 미·중 통상전쟁으로 경기가 급격히 둔화하면서 중국에 고용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명문대 졸업생마저 취업난에 시달리는 와중에 세계적인 의료장비 업체가 채용을 확정한 신입사원 수백 명을 전격 해고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최대 의료장비 제조업체인 마인드레이(邁瑞)는 지난달 말 신입사원 254명의 채용을 취소해 현지에서 파문이 일고 있다. 이 회사는 작년 9월부터 중국 50개 대학에서 채용 절차를 진행해 485명의 신입사원을 뽑았다. 지난달 22일엔 선전에 있는 본사에서 환영행사까지 열었다.

하지만 1주일도 지나지 않아 회사 측은 신입사원의 절반이 넘는 254명의 채용을 취소했다. 2017년 430명의 신입 직원을 뽑았던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채용 규모를 절반 가까이 줄였다. 회사 관계자는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실적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며 “회사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마인드레이는 초음파 장비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선전거래소에도 상장돼 있다. 직원 수는 7000여 명으로 2017년 111억7400만위안(약 1조8300억원) 매출에 26억위안의 순이익을 올렸다. 미·중 통상전쟁 여파로 지난해 순익은 전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인드레이가 매년 중국의 명문대 졸업생만을 채용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의료 분야 중국 최고 명문대로 꼽히는 베이항대 생명공학과를 졸업한 뒤 마인드레이에 들어갔다 채용이 취소된 탄스양 씨는 “그동안 경기가 나빠졌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했는데 내가 그 희생양이 됐다”고 말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고용 상황은 심각한 편은 아니다. 작년 11월까지 중국에선 1293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만 개 늘어난 것이다. 11월 중국 도시지역의 실업률은 4.8%로 전달(4.9%)에 비해 0.1%포인트 낮아졌다.

하지만 미국의 집중적인 공격 타깃이 되고 있는 첨단기술과 바이오, 금융 분야의 실업률은 공식 통계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SCMP는 추산했다. 중국 최대 구인 사이트인 자오핀왕에 올라온 채용 공고는 작년 4월부터 9월 사이 200만 개나 사라졌다. 근로자 50~500인 규모 민간기업의 채용 감소가 심각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신규 채용을 동결하고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기업이 잇따르고 있어 올해 구직난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2009년 530만 명이었던 중국 대졸자는 올해 834만 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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