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노동조합(노조)이 19년 만에 총파업에 돌입한다. 노사는 수십회에 걸쳐 마라톤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국민은행은 이번 파업으로 리딩뱅크라는 위상에 치명상을 입게 됐다. 대외 이미지 추락과 고객 이탈에 대한 우려도 함께 높아지는 모습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 노조는 "노사 협상이 공식적으로 결렬됐다"며 "내일(8일) 총파업이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날 저녁 9시부터 서울 송파구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파업 전야제를 열고 밤샘 집회를 가진다. 오는 8일 하루 경고성 총파업에 들어간다.
이후 노사 협상에 진전이 없을 시 이달 31일, 다음달 1일 이틀에 걸쳐 2차 총파업에 나서기로 했다.
이날 노사는 보로금에 시간 외 수당을 더한 300% 상당의 성과급 지급에는 합의를 봤다. 노조는 유니폼 폐지에 따른 피복비 연 100만원 지급안을 철회했다.
하지만 페이밴드(호봉상한제), 임금피크 진입 시기 등을 놓고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끝내 협상이 결렬됐다.
노조의 파업은 합법적이다. 지난해 말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조정이 결렬됐고, 파업 찬반투표를 거치면서 합법적 쟁의(파업)를 할 수 있는 조건을 모두 충족했다.
국민은행 경영진들은 일괄 사의를 표하며 파업을 저지했지만, 노력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지난 4일 김남일 국민은행 영업그룹대표 부행장을 비롯한 전무, 상무, 본부장 등 54명은 허인 행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총파업에 이르게 된 책임을 깊이 통감하고 있다며 고객 불편을 고려해 파업에 이르지 않도록 노조와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노조는 즉각 입장을 표명하며 항변했다. 사측이 총파업의 책임을 노조에 전가하고 있다며, 최고경영진이 임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국민은행은 협상 결렬에 안타까움을 표하면서 동시에 고객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노조와는 언제든 협상에 전격 응할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28일부터 파업에 대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파업 당일 모든 영업점은 정상운영된다. 지역마다 거점점포도 운영한다. 다만 특정 영업점에서 업무 처리가 어려운 경우 인근 영업점으로 고객을 안내하거나 거점점포를 통해 업무를 처리할 방침이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와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서비스는 정상 운영된다. 국민은행은 정보기술(IT)센터 인력에서 KB데이터시스템 등 외주업체 비중이 높은 만큼 전산에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은행의 대응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객의 불편을 막기는 어려워 보인다. 개인 고객은 물론 기업 고객의 자금결제에도 혼선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크다. 은행의 신뢰도 하락과 고객 이탈도 시간문제다.
한 은행업계 관계자는 "영업점을 정상 운영한다고는 하나 파업 참여 인원이 많은 지점일수록 고객들이 받는 피해가 클 것"이라며 "브랜드 이미지, 은행 신뢰도 등을 고려하면 파업으로 인한 은행의 피해 예상 규모도 추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국민은행의 파업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국민은행의 파업에 따른 소비자 피해 상황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파업이 벌어지면 국민은행 본사에 조사역을 파견할 것"이라며 "영업점의 영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는지, 전산 시설이 문제 없이 작동되는지 등과 관련,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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