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이날 오전 국민은행 주요 영업점은 한산한 분위기였다. 이른 시간이라 내점 고객이 아직 많지 않았고, 영업창구에서는 파업에 참여한 직원들의 빈자리가 간간히 눈에 띄었다.
국민은행은 이날 전 점포의 문을 열었지만 일부 영업점에서 업무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411곳의 거점 점포에서만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남역과 명동 인근 지점의 경우 상대적으로 거점점포가 다수 포진해 있고, 본사에서 파견 나온 직원들이 자리를 채워 총파업으로 인한 고객 불편이 적은 편이었다.
서울 중구 9곳 거점점포 중 한 곳인 명동영업부는 '정상영업' 공지를 내걸고 영업 중이었다. 일부 영업창구에서 빈자리가 눈에 띄었지만 이날 오전 10시 전후로 큰 차질 없이 업무가 진행되고 있었다.
명동에서 장사를 하는 김모씨(64세)는 "매상 입금 때문에 지점에 들렸는데 평소와 비교해 그다지 오래 기다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역삼역 지점에서 만난 유모씨(34세)는 "노조 파업 소식은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창구에 직원들이 많이 있어 그리 오래 기다리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영업점을 비운 은행원으로 상대적으로 피해를 본 고객층은 모바일과 현금자동입출금기(ATM)기기 등이 익숙하지 않아 반드시 은행 창구를 이용해야 하는 노령층이었다. 은행 영업점 대기석에는 나이 지긋한 고객들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상업지구를 벗어난 지역의 일부 지점들은 파업 참여 인원 때문에 정상적인 영업을 못하고 있었다. 강남권에서도 송파구 인근으로 넘어가면 사정이 달랐다. 거점 점포가 아닌 매봉역지점 등 일부지점을 방문해 대출 상담을 받으려던 고객은 헛걸음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선수촌 지점, 천호점 등은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로 알려졌다.
한 지점 관계자는 "파업 참여는 직원 자율로 하는 것이다보니 지점별로 직원들이 출근한 상황이 다르다"며 "고객들에게 인근 거점 지역으로 갈 것을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고객들은 국민은행 노조에 대해 고객 불편을 담보로 무리한 파업을 진행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기준 KB국민은행의 1인 평균 급여액은 9100만원이다.
강남타운점에 방문한 한 60대 여성 고객은 "은행원들보다 돈 못 버는 사람이 많은데 평균 연봉이 1억원에 달하면서 파업이라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 파업은 2000년 12월 주택·국민은행 합병 반대 파업 이후 19년 만의 파업이다. 노조는 이날 경고성 파업 후 이달 30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2차 총파업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설에도 집단휴가를 계획 중이다. 3차 총파업은 2월 26∼28일, 4차 총파업은 3월 21∼22일, 5차 총파업은 3월 27∼29일로 예정됐다.
국민은행은 파업에 따른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국의 모든 영업점을 정상운영하기로 했다. 주택구입자금대출, 전세자금대출, 수출입 및 기업 금융업무 등 영업점에서 일부 제한이 발생할 수 있는 업무는 전국 411곳의 거점 점포를 통해 처리 가능하다.
이날 영업시간 중 발생하는 금융거래수수료는 면제한다. 은행거래수수료 중 타행송금수수료 등 자동화기기 이용 수수료, 창구 거래에서 발생하는 제증명서발급수수료와 제사고신고수수료 등 수신 및 여신 관련 수수료, 외화수표 매입 등 외환 관련 수수료가 해당된다.
가계·기업여신의 기한연장과 대출원리금 납부 등 이번 파업으로 인해 당일 정상적으로 처리되지 않은 업무는 연체 이자 없이 처리해 고객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차은지/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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