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노사, 힘겨운 줄다리기…파업 둘러싼 4가지 쟁점은?

입력 2019-01-0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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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노사가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놓고 힘겨운 줄다리기를 지속하고 있다. 성과급과 임금 인상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합의를 이뤘지만, 임금피크제 등을 두고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8일 노조는 19년 만에 파업에 돌입했다. 추가 파업이 예고된 가운데 양측이 맞서고 있는 주요 쟁점을 중심으로 노사 간 입장을 살펴봤다.

국민은행 노사 양측에 따르면 임단협 협상의 핵심 쟁점 사안은 4가지다. △신입행원에게 적용된 페이밴드(호봉 상한제) 폐지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 1년 연장 △비정규직(L0 직급) 여성 근로자의 경력 인정 △점포장 후선보임제도 개선 등이다.

성과급은 사측의 제안을 노조가 수용하면서 논의에서 후순위로 밀려났다. 전날 허인 국민은행장은 노조에 보로금 150%(현금), 우리사주 100%, 시간 외 근무수당(50시간) 등 총 300%를 제시했다.

◆페이밴드, 노조 "전격 폐지" vs 사측 "현행 유지"

페이밴드는 직급별로 기본급 상한을 설정해 연차가 차더라도 승진을 못 하면 임금이 제한되는 제도다. 국민은행은 직원 생산성 제고를 위해 도입, 2014년 입사한 신입 행원들부터 이를 적용했다.

노조는 신입행원에 대한 차별이라며 페이밴드 폐지를 주장한다. 성과에 따라 연봉을 차등 지급하는 성과연봉제와 같다고 보고 폐지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사측은 페이밴드를 전 직원에 확대 적용하고자 했지만, 노조의 반발에 부딪혀 '현행 제도 유지'로 한 발 물러섰다.

허 행장은 전날 임직원 담화 방송에서 "페이밴드는 소홀한 업무태도로 동료 직원의 근로의욕을 꺾는 일부 극소수 직원을 염두에 둔 최소한의 조치"라며 "직원의 급여를 줄이기 위한 수단이 아니니 시간을 두고 논의하자"고 설득했다.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 노조 "1년 연장" vs 사측 "6개월 연장"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도 노사가 첨예가 대립하고 있는 사안이다.

노조 측은 "금융권 산별교섭을 통해 전 은행권 노사가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를 1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며 "사측이 산별 합의를 그대로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국민은행은 부장급 직원은 만 55세가 되는 생일날부터, 팀원급 직원은 만 55세 생일이 지난 이듬해 1월1일부터 임금피크제가 적용된다.

사측은 이원화 된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를 만 56세로 통일하고, 부장급은 1년씩, 팀원급은 6개월씩 연장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허인 행장은 "직원들의 임금피크 진입 시기 불일치로 일어나는 조직 내 갈등이 우려할 수준"이라며 "임금피크제의 개선은 고령화 시대와 정년연장에 대비하기 위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정규직(L0 직급) 처우 개선, 노조 "경력 인정" vs 사측 "차후 논의 필요"

노조는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L0직급의 여성직원들에 대한 처우 개선을 요구 중이다. 비정규직 시절 근무경력을 인정해야 된다는 주장이다.

반면 사측은 L0직급에 대한 처우를 꾸준히 개선해왔다고 항변한다. 승격 인원·비율·기준 등을 개선했고, 근무경력 인정 범위도 36개월에서 최대 60개월까지 확대했다고 밝혔다. 근무경력 인정 범위를 임단협에서 세부적으로 논의하기 보다 처우 개선에 대한 전향적인 논의를 지속해 나가자고 노조를 설득 중이다.

◆점포장 후선보임제 개선, 노조 "대상 인원 축소" vs 사측 "논의 사항 해당 안돼"

점포장(지점장) 후선보임제도 노사가 평행선을 달리는 쟁점 중 하나다.

노조는 비조합원에 해당하는 점포장에 대한 노동환경 개선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사측은 점포장이 비조합원이므로 임단협에서 논의할 사항이 아니라고 맞선다.

박홍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파업 당일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재직 중 사망한 직원이 10명 정도 되는데 이들 대부분은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심혈관질환, 돌연사, 자살 등으로 사망했다"며 "점포장 후선보임 대상 인원을 축소해 줄 것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 노사는 임단협 타결을 위해 언제든 교섭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다.

허 행장은 "갈등이 대화가 아닌 파업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통해서 풀어야만 하는 문제인가에 대해 강하게 그건 아니라고 믿고 있다"며 "은행은 최선의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한 대화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박 위원장도 "임단협 타결을 위해 언제든 논의할 의사가 있다"며 "노조는 앞으로도 교섭에 성실히 임하고, 2차 투쟁까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노조는 이날 총파업 이후 노사 협상에 진전이 없을 시 이달 31일, 다음달 1일 이틀에 걸쳐 2차 총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3차 총파업은 오는 2월 26~28일, 4차 총파업은 3월 21~22일로 예정됐다. 5차 총파업은 3월 27~29일이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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