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가 “신재민 기획재정부 전 사무관의 폭로는 개인적 일탈이 아닌 구조적 문제”라며 정부와 여당을 비판했다. 노조는 “이후에도 제2·제3의 신 전 사무관이 나타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봤다.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통합노조)는 8일 논평에서 “이번 폭로는 30대 초반의 행정고시 출신 사무관이 ‘실무자로서 공직사회 내부에서 벌어지는 부당한 일들을 알려내야겠다’는 의지가 표출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공직사회의 영혼을 가진 공무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운신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노조는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과 함께 공무원 3대 노조로 꼽힌다.
통합노조는 정부와 여당이 신 전 사무관을 압박하는 행위들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기재부가 신 전 사무관을 고발한 것은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대화를 통한 해결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기재부는 지난 2일 신 전 사무관을 공무상 비밀 누설금지 위반,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또 “신재민 전 사무관의 주장을 깊이있게 들여다 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개인적 상황을 유포하면서 인신공격을 행한 정치권의 행동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유튜브’를 통한 폭로가 부적절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신 전 사무관은 자신이 경험한 세계에서 청와대나 외부의 압력이 작동한다고 판단했다”며 “기자나 공공기관보다 자신이 직접 내용을 밝혀야겠다는 판단했을 것”이라고 그를 옹호했다.
통합노조는 “확고한 위계질서와 경직된 조직 문화의 상징이었던 공직사회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징후적 현상”이라며 “경직된 조직 운영과 권위와 질서에 의존한 공직사회가 더이상 개인을 효과적으로 통제하지 못한다”고 했다. 노조는 “정권이 자신의 사욕을 위해 무리한 의사결정을 추진했다면 일선 공무원들은 옷을 벗는 것 외에는 거부할 힘이 없다”며 “부당지시업무 거부권과 같은 최소한의 자구책들이 활성화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