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최대 지상파 방송사와 합작
각각 1650만달러 투자하기로
20兆 차세대 방송장비 시장 노려
[ 이승우 기자 ] SK텔레콤이 미국 최대 지상파 방송사인 싱클레어방송그룹과 손잡았다. 합작회사를 세워 미국 차세대 방송 장비·솔루션 시장에 진출한다. SK텔레콤은 지난 3일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과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OTT)을 공동 운영하는 통합법인 출범을 선언한 데 이어 해외 방송사와 손잡고 방송 솔루션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통신영역을 넘어 미디어 분야로 빠르게 사업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SKT-싱클레어, 1분기 합작사 설립
SK텔레콤은 7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9’가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싱클레어방송그룹과 차세대 디지털 방송 표준 ‘ATSC 3.0’을 이용한 솔루션과 장비를 개발하는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내용의 협약을 맺었다.
양사는 각각 1650만달러(약 185억원)를 투자해 올해 1분기에 합작회사를 설립해 공동 경영할 계획이다. 연내 ATSC 3.0 관련 솔루션과 장비를 개발해 미국에서 최초로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방송 송출 서버에 활용되는 장비와 이를 위한 솔루션을 선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ATSC 3.0은 미국 디지털TV 표준화단체인 ATSC가 정한 차세대 방송표준이다. 방송 주파수를 통해 여러 형태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고 방송망과 LTE, 와이파이 등 통신망을 이종 결합할 수 있다. 개인 맞춤형 광고 등 미디어 사업자와 사용자 간 양방향 서비스도 할 수 있다. 한국에선 2017년 지상파 UHD 방송을 시작하면서 이 표준을 따랐다. 미국은 올해 상용화를 시작한다.
“美 방송장비·솔루션 시장 20兆 규모”
SK텔레콤과 싱클레어는 10년 안에 미국 전역 1000여 개 방송사가 ATSC 3.0 기반 솔루션과 장비를 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10년간 미국의 ATSC 3.0 관련 장비·솔루션 시장이 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했다. 양사는 합작회사를 통해 미국 방송사에 선제적으로 솔루션을 공급할 계획이다.
싱클레어는 173개 TV 방송국과 514개 채널을 보유한 미국 최대 로컬 지상파 방송사다. 2016년 가구 기준 시청점유율은 40%로 CBS(37.7%), ABC(22.5%) 등 미국의 전국 단위 지상파 방송을 앞섰다. 2017년 매출은 27억3000만달러(약 3조원)다. 양사는 지난해 CES 2018 행사에서 ATSC 3.0 방송 주도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공동으로 ATSC 3.0 방송 플랫폼을 개발하기도 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왼쪽)은 “싱클레어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미국 차세대 방송 솔루션 시장을 선점하겠다”며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를 맞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미디어 서비스를 확보하기 위해 국내외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리플리 싱클레어방송그룹 최고경영자(CEO·오른쪽)는 “두 회사의 협력이 미국 방송과 인터넷 플랫폼 환경을 한층 진화하게 할 것”으로 기대했다.
“신기술 활용한 시장 개척 계속될 것”
SK텔레콤은 최근 들어 미디어 분야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3일에는 국내 지상파 3사와 손잡고 SK브로드밴드의 OTT ‘옥수수’와 지상파의 ‘푹’을 통합하기로 했다. 지상파의 콘텐츠와 SK텔레콤의 기술력을 결합해 한국을 넘어 해외 시장에서 통하는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싱클레어와의 합작도 기술을 바탕으로 방송 장비·솔루션으로 시장을 넓히는 것이 목표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기존 통신사업은 한국 시장을 벗어날 수 없어 사업을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국내 시장이 정체상태인 만큼 신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통신사들의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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