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대리인 김모씨(34세)가 결혼 생활을 시작한 곳은 서울 구로동 ‘구로주공2차’ 전용 41㎡의 작은 아파트였다. 거실 겸 침실 하나와 작은방 하나로 구성된 구조로, 신혼을 즐기기에는 더 없이 좋았다. 넓은 공간은 아니었지만 언제나 아내와 가까이 있을 수 있는 단란한 신혼집이었다.
◆기존집 매도시점 최대한 늦춰 차익↑
그가 주택형 넓혀 가기를 결심한 것은 작년 여름, 결혼 2년차에 접어들 무렵이었다. 아이가 태어난다면 신혼집이 너무 작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마침 소유기간 2년이 거의 채워진 상황이어서 잔금일을 늦추면 양도세 면제 혜택도 받을 수 있었다. 부동산 가격은 꾸준히 상승하던 터라 이왕 갈아탈 거라면 더 오르기전에 빨리 사고 싶었다. 본가와 처가가 가까운 곳에서 방 3개 구조의 아파트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아내와 함께 집 주변 부동산을 돌며 매물을 살폈다. 상승장이어서 매물이 많이 없었다. 매수 의사를 비치면 집주인들이 매물을 다시 거둬들였다. 한참 고생하던 끝에 구로동에 있는 ‘중앙구로하이츠’ 전용 70㎡를 선택했다. 연식이 오래된 아파트지만 주방과 욕실만 깔끔하게 수리하면 재건축까지 노려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친분이 있는 재테크 고수에게 물어보니 하락장에서는 기존 집을 먼저 팔고 난 뒤 새집을 사는 게 정석이고, 상승기에는 먼저 새집을 먼저 산 뒤 기존집을 매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7월 일단 마이너스통장 대출로 계약금을 마련해 매수할 집을 계약했다.
일시적 1가구 2주택자는 기존 집을 3년 이내만 처분하면 양도세를 면제받을 수 있어 기존집 매도 시점은 여유있게 잡았다. 그 사이 매도하려는 집의 시세가 뛰어 추가 차익을 낼 수 있었다. 집을 내놓던 6~7월 경 시세는 3억6500만원 선이었으나 상승장에 매물도 워낙 없던터라 한달 후인 8월에는 3억8000만원에 팔 수 있었다.
◆새집 잔금시점도 최대한 늦추는 게 유리
새집 잔금일도 11월까지 최대한 늦췄다. 기존 집을 팔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보통 잔금일을 계약후 1~2달뒤로 잡는 게 일반적이지만 돈이 부족하다고 사정해 11월로 늦춰잡았다. 결과적으로 매수한 집에서도 차익이 났다. 7월 3억9500만원에 계약했으나 잔금을 치르던 시점에는 4억 중반대까지 올랐다. 1986년 준공된 구로주공아파트의 재건축 이슈가 수면위로 올라오면서 저평가 됐던 일대 집값이 일제히 상승한 것이다. 부동산 대세 상승기에 매도와 매수의 순서를 바꿨더니 상한가에 팔고 하한가에 사들일 수 있었다는 게 김 씨의 얘기다. 이런 전략으로 그는 추가 자금 1500만원을 들여 전용 41㎡에서 전용 70㎡으로 집을 넓히는 데 성공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금 두 매물의 시세 차이는 7000만원 정도다.
◆내집마련은 준비됐을 때가 적기
신혼집에 이어 또 한번 내집 마련에 성공한 김 씨는 무주택자라면 시장 분위기에 구애받지 말고 내 집 마련에 나설 것을 추천했다. 부동산 가격 하락 리스크보다 자가를 소유함으로써 얻는 심리적 안정이 더 크다고 느껴서다. 2년마다 재계약하는 수고로움과 중개업소 수수료, 이사비용 등을 고려해봤을 때도 훨씬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새 집에 대한 그의 만족도는 100%다. 신혼집은 아늑하긴 했으나 방 하나는 부부 침실, 나머지 하나는 옷 방으로 사용하느라 자기만의 공간이 없는 게 아쉬웠다. 새 집에서는 작은 방 2곳 중 하나를 그의 공간인 서재로 만들었다. 김 씨는 “처음으로 내 집에 내 방이 생겨서 아주 만족스럽다”며 “남자들에게는 가끔씩 동굴이 필요하다”며 웃었다.
정리=이소은 기자 luckyss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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