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수수방관하지 말아야
조성길, 북한 체포조 닥칠까 불안해할 것”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가 최근 망명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진 조성길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와 관련해 “대한민국 정부가 조 대사대리를 적극 데려오고 다가가려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안타깝다”고 밝혔다.
태 전 공사는 9일 서울 도렴동 센터포인트빌딩에서 열린 ‘북한외교관 조성길 가족 한국행 지지 시민연대’ 결성 기자회견에서 “조 대사대리의 근황에 대해 외국과 탈북민들이 지켜보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해당 시민연대엔 박관용 전 국회의장, 정대철 전 민주당 대표, 김성민 자유북한방송대표가 태 전 공사와 함께 상임공동대표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북한 외교관은 공식 탈북 전까지 그 어디에도 의사 표명을 못한다”며 “누가 국정원이고 누가 한국 정부를 대표하고 누가 간첩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일단 현지 당국에 난민 신청을 하면 그 즉시 경찰을 동원해서 신변을 보장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성길의 신변에 대해선 “이탈리아는 본인의 의사를 물어볼 것인데 미국이냐, 이탈리아냐, 한국이냐”라며 “만약 조성길이 한국을 원했다고 했다면, 그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본국 지시를 못 받았다고 기다리라고 했다면 조성길은 대단히 위험한 상황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망명 희망 당국에서 답변을 안하면 계속 기다리는 것이며 북한 체포조가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두려움 속에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 전 공사는 "대한민국 정부는 조 대사대리 잠적 이후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조 대사대리를 포함해 해외에 나온 7만여 명의 북한 주민들이 우리 정부의 대응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조 대사대리를 적극 데려오고 다가가려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반도 통일을 평화적으로 하려면 우선 더 민주화되고 더 잘살아서 북한에게 매력있는 나라로 보여야 한다”며 “북한 사람들에게 대한민국이라는 조국이 있다는 걸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제라도 정부가 이탈리아 정부와 긴밀히 공조해 조 대사대리의 신변 안전을 보장하고, 조 대사대리에게 한국행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 전 공사는 앞서 조 대사대리의 한국행을 권하는 공개 편지를 썼다. 그는 회견장에서도 “제가 친구로서 한마디 하자면, 성길아 걱정하지 마라, 신변 안전이 없다면 이탈리아 대사관과 현지에 우리가 촉구할 것이다. 적극 노력할 것이다. 그래서 최소한 마음의 안정을 가지도록 해줄게. 너의 결정은 존중하지만 대한민국이라는 조국이 있다. 나도 망명할 때 질문을 받았다. 나는 탈북 순간부터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했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미국행을 하기로 결심했다면 존중할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 미·북 정상회담이 있기 때문에 망명을 제공할지 안 할진 모른다. 미국행을 결정했다면 미국 정부가 미·북 상황을 고려하지 말고 국제법과 인도주의 정신에 따라 즉각 받아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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