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비서실장에 첫 업무 지시
"산업계와 교류 경험 많고 정책에 밝으니 역할 해달라"
노영민 실장, 첫날 '성과·규율' 강조
"최소 2~3개산업 기틀 마련해야"…'문재인표 산업정책' 만들기 당부
[ 손성태/박재원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노영민 신임 비서실장에게 경제계와의 소통을 주문했다. 첫 업무 지시로 기업인과의 접촉을 늘리고 산업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도록 하라는 당부를 한 것이다. 집권 3년차를 맞아 경제와 민생을 챙기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2~3개 산업 기틀 마련해야”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인사차 집무실을 찾은 노 실장에게 “정책실장뿐 아니라 비서실장도 경제계 인사를 만나는 것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노 실장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으로서 산업계와 교류를 많이 해 본 경험도 있고, 각종 정책에 밝으니 역할을 많이 해달라”면서 이같이 당부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9일 전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처럼 음습하다면 모를까 지금 정부에서는 단단하고 투명하게 만나 달라”고 거듭 주문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지시는 최근 김수현 정책실장과 윤종원 경제수석 등에게 기업인 접촉을 늘릴 것을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의원 시절 당내 ‘경제통’으로 불렸던 노 실장은 문 대통령에게 산업정책에 대한 견해를 밝히며 앞으로 적극적인 ‘경제 행보’를 예고했다.
노 실장은 문 대통령에게 “시간이 지나도 ‘이러이러한 산업정책은 문재인 정부에서 만든 것’이라는 평가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며 “최소한 2~3개 산업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에서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노 실장은 반도체, 자동차, 바이오 등 사업 동향을 문 대통령에게 설명하기도 했다. 한 배석자가 “비서실장이 아니라 정책실장으로 오신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경제정책과 관련한 대화가 이어졌다.
노 실장은 9일 첫 출근 후 현안점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도 “고용률을 올리는 데 매진하자”고 말했다. 회의 안건으로 올라온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을 보고받은 뒤 “인구가 많이 줄면서 (취업률보다는) 고용률이 중요한 지표가 됐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정태호 일자리수석비서관으로부터 설명도 들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 실장이 민생경제 제고에 확실한 방점을 찍고 움직이겠다는 뜻을 첫 회의에서 보여줬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신년 초부터 경제계 인사들과 잇따라 만나면서 경제활력을 높이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는 것과 보조를 맞추면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 대변인은 10일 예정된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서도 “경제와 사회안전망이 핵심 주제”라고 했다.
첫날부터 靑 기강 잡기 나서
노 실장은 또 이날 청와대 전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모든 사무실 벽에 걸려 있는 ‘춘풍추상(春風秋霜)’ 문구를 다시 한번 생각해 달라”며 기강 잡기에 나섰다. 춘풍추상은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대하고,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게 대한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노 실장은 “우리 앞에 놓인 도전은 간단하지 않다”며 “성공한 정부, 성공한 대한민국을 위해 철저하게 대비하고 유능하게 응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실장은 이메일에서 향후 청와대의 운영방향과 관련한 키워드로 성과와 소통, 규율을 꼽았다. 구체적으로 △국민들이 성과를 체감하는 청와대 △소통하고 경청하는 청와대 △절제와 규율의 청와대를 주문했다. 이를 위해 “현장을 찾아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노 실장은 ‘공직사회 전체가 비상한 각오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을 향해 나아가는 변화와 혁신의 주역이 돼야 한다’는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면서 “우리가 반드시, 지금 해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노 실장은 이어 청와대 비서실을 돌면서 400여 명의 직원과 일일이 악수했다. 김 대변인은 “노 실장이 오전에만 1만 보 행군을 했다”고 소개했다.
손성태/박재원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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