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BP 선출로 생태계 확장 기대
논란 속에서도 블록체인은 일상의 각 영역에 스며들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블록체인 기반 온라인선거시스템 ‘케이보팅’을 선보였다. 대학 내 투표 등 민간분야 중소규모 단위에 시범 적용한 뒤 범위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서울특별시는 블록체인 도시를 표방한다. 블록체인 분야 △기업 성장 지원 △집적단지 조성 △전문인재 양성 △마이스(MICE) 산업 지원 등이 포함됐다. 블록체인 표준 플랫폼 도입 및 시스템 구축을 통한 행정혁신도 추진한다.
이같은 선관위와 서울시의 ‘블록체인 행보’ 뒤에는 국내의 대표적 블록체인 프로젝트인 아이콘(ICX)이 있다. 아이콘은 서로 다른 블록체인을 연결하는 ‘인터체인’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로 10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아이콘의 시가총액은 1515억원에 달한다. 세계 39위, 국내 암호화폐 1위다.
공공부문 블록체인 사업을 도운 주역은 아이콘 개발회사인 아이콘루프다. 선관위 ‘지능정보기술 기반의 차세대 선거시스템 구축 정보화계획 수립’ 사업 블록체인 부문 컨설팅 참여 사업자, 서울시의 ‘블록체인 표준 플랫폼 도입’ 시범사업자,’ ‘블록체인 기반 단위업무 정보전략계획(ISP) 수립’ 사업자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아이콘 테스트넷을 기반으로 △블록체인 시민증 △블록체인 투표 △블록체인 결제 데모시스템을 선보인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현재는 공공근로·복지서비스 수급자 등의 자격 검증을 자동화하고 근로계약서 미작성, 4대 보험 미가입, 부당대우 등을 감독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 온라인 자격 검증시스템 구축계획을 설계하고 있다. 시민카드 통합 인증, 서울시 마일리지 통합, 하도급 대금 지급 등 행정업무시스템에 최적화된 스마트 콘트랙트 개발에 대한 사전 검증작업도 수행 중이다. 서울시 블록체인 사업의 밑그림을 아이콘이 그리는 셈이다.
이처럼 공공부문과 결합해 실생활에 적용되는 블록체인 서비스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지만, 그간 아이콘의 행보가 ‘꽃길’만은 아니었다. 아이콘은 이종(異種) 블록체인 연결에 초점을 맞춘 만큼 개발 난이도가 여타 프로젝트에 비해 높은 편이다. 따라서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여기에 암호화폐 시장 침체기가 겹치며 자산은 줄어들고 투자자들 원성이 깊어졌다.
지난해 5월 7200원까지 올랐던 아이콘 암호화폐 가격은 12월 약 200원까지 떨어졌다. 반년새 90% 이상 급락했다. 프로젝트 개발 결과물이 나오지 않자 업계에서는 아이콘이 제대로 된 기술력 없이 ‘국가대표 블록체인’이란 이미지 메이킹만 했다는 악평까지 흘러나왔다.
이같은 평가에 대해 아이콘 관계자는 “꾸준히 개발에 집중하고 다양한 성과도 있었으나 투자자들은 우리가 뭘 했는지 모르더라. 소통이 체계적이지 못한 면이 있었다”고 반성했다. 인터체인 구축이란 결과물까지 시간이 필요한 만큼 중간 중간 성과를 알리고 궁금증을 해소하는 노력이 필요했는데 사업과 개발에 집중하느라 그러지 못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아이콘은 공공부문 협업 외에도 자체 개발 성과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 1분기 메인넷을 론칭했고 2분기엔 아이콘 기반 분산형 어플리케이션(dApp) 개발을 돕는 ICONest를 내놓고 생태계 확장에 나섰다. 기존 이더리움 기반 토큰의 아이콘 코인 전환도 이뤄졌다. 3분기에는 소스코드를 공개해 dApp 개발사들이 보다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했고, 기술백서(황서)를 편찬했다. 메인넷도 3.0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아이콘은 올해 dApp 생태계 확장을 추진하는 동시에 블록프로듀서(BP)도 선출할 계획이다.
김종협 아이콘루프 대표 겸 아이콘 재단이사는 “서울·샌프란시스코·싱가포르에서 운영되는 글로벌 액셀러레이팅(스타트업 투자·육성) 프로그램 ‘ICX 스테이션’과 루프체인 얼라이언스 프로그램 ‘LAP100’을 중심으로 기업과 소비자(B2C)·기업간(B2B) 각 산업군에 특화된 dApp 파트너사를 발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올해 아이콘 네트워크의 블록 생성과 정책결정을 주도하는 ‘P-Rep’ 선거가 진행되면 다양한 dApp 서비스가 출시되는 기반이 더욱 확장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P-Rep은 아이콘 네트워크를 대표하며 블록을 생성하는 BP에 해당한다. P-Rep 선출이 아이콘 생태계 성장의 확실한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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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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