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순신 기자 ] 국민은행 노동조합이 지난 8일 강행한 총파업이 우려와 달리 ‘찻잔 속 태풍’으로 지나갔다. 국민은행 전 직원 1만7629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9000여 명이 파업에 동참(노조 추산)했지만, 큰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소비자가 느낀 불편은 카드와 보험 가입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정도. 2000년 12월 총파업 때만 해도 금융거래를 위해 은행 점포에서 늘어섰던 긴 줄을 이번에는 찾을 수 없었다.
모바일·인터넷뱅킹이 발달하면서 소비자들이 은행 창구를 안 찾은 지는 오래됐다. 작년 상반기 기준 국민은행의 모바일·인터넷 뱅킹 비중은 86%에 달한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이용까지 합하면 90%가 넘는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장은 “창구 직원 절반이 안 나와도 영업에 큰 차질이 없고 불편도 없는 것이 디지털 시대 은행의 현실”이라며 “노조와 정부 눈치에 인력 구조조정을 못 하니 지점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앞으로 필요 인력은 창구 직원이 아니라 디지털 등 정보기술(IT) 전문가 아니겠냐”고 되물었다.
글로벌 은행들은 실제로 디지털 인재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전체 직원의 25%가 넘는 9000여 명이 IT 엔지니어와 프로그래머다. JP모간은 지난해 머신러닝 전문가 마누엘라 벨로소 카네기멜론대 교수를 영입하는 등 디지털 인재 확보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금융 환경은 이처럼 급변하고 있지만 은행의 채용에 대한 한국 정부 인식은 예전 그대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융권에 일자리를 늘려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또 장년층의 희망퇴직을 늘려서라도 청년 일자리 확보에 나서 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최 위원장에게 화답하듯 작년 은행들은 2017년보다 54% 늘어난 4600명을 채용했다.
은행 이익이 지속적으로 늘어난다면 일거리는 없더라도 채용을 더 해도 큰 문제가 안 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은행 수익은 작년보다 20% 정도 줄어들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최 위원장은 “은행원이 지금도 넘치는 데 더 뽑았다가 나중에 줄여야 한다면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라는 은행 경영진 질문에도 답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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