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트렌치 지음 / 이정민 옮김 / 비즈페이퍼 / 396쪽│1만6800원
밥벌이 위한 직장 그만두더라도 경제적 자유 누릴 방법 제시
2500만원 마련하는 게 첫걸음…소득 50% 저축하고 소비 최소화
수익 창출 못하면 가짜 자산…자동차·학위·가구 등 멀리 해야
[ 윤정현 기자 ]
직장생활의 목표는 정년퇴직. 더럽고 치사해도 어떻게든 버틴다. 그렇게 맞은 은퇴 뒤엔 인생의 2막을 찾아 나선다. 직장생활의 ‘공식’처럼 회자되는 얘기다. 하지만 미국의 젊은 직장인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파이어(FIRE)족’은 한사코 손사래칠 일이다. ‘파이어’는 ‘경제적 자립(financial independence)’을 토대로 자발적 ‘조기 은퇴(retire early)’를 추진한다는 단어의 앞글자를 딴 합성어. 젊었을 때 바짝 벌어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에 조기 은퇴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솔깃한 제목의 책 《돈 걱정 없는 삶》도 이런 목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 번에 큰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나 큰 자산을 어떻게 굴려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 알려주지는 않는다. 책은 대신 밥벌이를 위한 직장을 그만두더라도 만족감을 갖고 삶을 꾸려나가는 길을 제시한다. 비싼 차를 몰고 명품 가방을 사는 게 아니라 평일 낮 공원에서 햇볕을 쬘 시간이나 자신의 집은 세를 놓고 세계를 여행하며 사는 자유가 있는 삶이다.
부동산 사업으로 일찌감치 경제적 자유를 얻은 저자는 부동산 투자뿐 아니라 개인 재정, 자기관리 분야 등에서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저자는 “‘아메리칸 드림’을 좇은 근로자들은 인생의 황금기를 월급을 받기 위한 업무에 모조리 바쳤다”며 “늘그막엔 얼마 되지 않는 돈을 갖고 퇴직한 뒤 돈이 부족하지 않기만을 빌면서 여생을 보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를 벗어날 길은 금전적 자유를 가능한 한 빨리 찾는 것이다. 저자는 밥벌이를 위해 일하지 않아도 되는 기간을 ‘경제 활주로’에 비유해 설명한다. 경제 활주로를 얼마나 확장시켜 나갈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책은 자산 규모별로 3단계 접근법을 제안한다. 1부는 자산이 없는 평범한 사람이 2500만원을 모으는 방법이다. 종잣돈을 마련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절약이다. 저자는 직장인의 소비 습관을 점검하고 변동 지출이 아니라 집세, 출퇴근 비용, 보험과 연금 등 고정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안내한다. 최소한 소득의 50%는 저축해야 하고 차를 사면 안 된다. 저자는 “절약과 저축만으로 부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효율적인 생활방식을 구축할 수 있고 그로 인해 남은 돈과 시간을 생산적으로 쓸 수 있다”며 “매년 수천만원을 절약해 더 건강하고 행복하며 부유한 데다 재밌기까지 한 삶을 사는 데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산을 25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불리는 길엔 절약 외에 두 가지가 더 추가된다. 집을 구입해 집세를 줄이고 소득은 늘리는 것이다. 주택 마련과 관련해 다양한 선택지를 소개하지만 저자가 추천하는 것은 분할 주택 매입이다. 투자형 부동산을 매입해 그중 한 가구에 살고 다른 가구는 임대해 대출금을 갚아나가는 것이다. 저자는 단독주택 소유주나 세입자에 비해 훨씬 적은 비용으로 집을 살 수 있는 이 방식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점검해야 할 것들도 짚어준다.
소득을 늘리기 위해 평균 수준 연봉을 받는 월급쟁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훈련 기간이 짧고 인기가 높은 기술을 터득하는 것이다. 책에서 든 예는 전기기술자, 배관공 같은 도급업자, 소프트웨어 개발자, 부동산 중개인 등이다. 실적에 따라 보상을 받는 성과형 임금 계약을 하거나 부업에 도전할 수도 있다. 저자는 “직장에 머물면서 더 많은 소득을 올리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면 최소한 현재의 일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좇아야 한다”고 권한다.
다음은 그간 구축한 자산으로 자산 소득을 창출하는 단계다. 진짜 자산과 가짜 자산(부채)을 구분하는 방법부터 어떻게 가짜 자산을 정리하고 진짜 자산을 늘려야 하는지 알려준다. 저자가 꼽는 가짜 자산은 자동차, 학사 및 석사학위, 퇴직연금 계좌, 가구 등이다. 가짜 자산은 수익을 창출하지 않는 데다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떨어진다. ‘원금은 절대 쓰지 마라’ ‘투자 수익은 대부분 재투자하라’ ‘변동성과 위험을 혼동해선 안 된다’ 등 투자의 핵심 원칙엔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을 곁들인다.
뜬구름 잡는 명제들의 나열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행 방법을 제안해 투자서로 실용적인 책이다. 다만 한국의 경제적 상황과 맞지 않는 부분은 가려서 읽을 필요가 있다. 책은 단순한 재테크 요령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금전적 자유의 가치와 삶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한다. 가능하면 빨리 삶을 온전히 즐기고픈 당신의 현재 ‘경제 활주로’는 몇 년인가.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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